한국일보

엡스타인 충격파, 美정치권 넘어 유럽·중동·아시아까지 강타

2026-02-11 (수) 05: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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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영국·인도·노르웨이·슬로바키아·이스라엘 등 시끌시끌

엡스타인 충격파, 美정치권 넘어 유럽·중동·아시아까지 강타

제프리 엡스타인[로이터]

전세계 각계각층 유력인사들과 친분을 쌓아온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1953-2019) 관련 수사자료 공개의 충격파가 미국 정치권을 넘어 유럽·중동·아시아 정치권을 덮치고 있다.

11일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 공개로 프랑스, 노르웨이, 영국, 이스라엘, 슬로바키아 등에서 정치권 인사들의 엡스타인과의 교류가 드러났다.

문화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지냈으며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프랑스 문화계의 아이콘이었던 자크 랑은 프랑스 금융검찰이 그와 그의 딸을 상대로 "탈세 수익 세탁" 혐의로 내사를 진행중이라는 발표가 나오자 소셜 미디어로 자신은 결백하다며 이를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부터 맡아오던 파리 소재 '아랍세계연구소'(IMA) 총재직에서 사임했다.

랑의 이름은 엡스타인 파일에 2012년께부터 600여회 등장한다.

랑은 미국 영화계의 거물 우디 앨런의 소개로 엡스타인을 만났으며 점심식사, 저녁식사, 사업 논의 등을 했다.

프랑스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트'의 보도에 따르면 영화배우 출신 제작자인 그의 딸 카롤린과 엡스타인은 한 역외 펀드의 공동 소유자로 등록돼 있었다.

랑은 이에 대해 엡스타인이 신인 예술가들을 후원하기 위해 펀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메디아파르트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숨지기 전에 만든 유언장에서 카롤린 랑 앞으로 유산 중 500만 달러(72억 원)를 남겼다.

노르웨이 경찰은 최근까지 요르단·이라크 주재 노르웨이 대사였던 모나 율(66)과 그의 남편 테르예 로드-라르센(78)에 대해 가중 부패 혐의로 수사를 개시하고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들 부부는 역사적인 1993년 오슬로 협정으로 이어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의 비밀 협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외교가 거물이다.

노르웨이 언론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유언장에서 이들 부부와 그 자녀들에게 1천만 달러(145억원)의 재산을 남기는 등 부부와 생전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로드-라르센은 노르웨이와 유엔과 관련 기구들에서 수십년간 외교 업무를 해왔으며, 유엔과 밀접한 협력을 하는 뉴욕 소재 국제평화연구소(IPI)의 총재로 2005년부터 재직하다가 엡스타인과의 관계가 드러나면서 2020년에 사임했다.

율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대사직에서 물러났다.

노르웨이에서는 이 밖에도 토르비에른 야글란 전 총리, 메테마리트 왕세자빈, 현재 세계경제포럼(WEF) 총재인 뵈르게 브렌데 전 외무장관 등도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계기로 부패 혐의 수사를 받고 있다.

노르웨이 의회는 10일 이들의 의혹 조사를 위해 독립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슬로바키아에서는 부총리 겸 외무부 장관을 지낸 미로슬라우 라이차크 총리 국가안보보좌관이 젊은 여성들에 관한 대화를 엡스타인과 이메일로 나눈 사실이 드러난 후 사임했다.

라이차크가 엡스타인에 보낸 이메일에는 젊은 여성들을 "공유하는 것이 위해주는 것이다"라는 내용도 있었다.

영국에서는 피터 맨덜슨 전 산업장관이 엡스타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를 주미 영국대사로 임명했던 키어 스타머 현 총리에게까지 불똥이 튀기도 했다.

인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엡스타인이 보낸 이메일을 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7년 이스라엘을 국빈 방문했을 때 이스라엘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표명한 데에 엡스타인이 역할을 했던 것처럼 나와 있다.

이에 대해 인도 외무부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으나 야당인 국민회의당은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현 야당인 노동당 소속 에후드 바라크 전 총리가 엡스타인의 뉴욕 시내 자택에서 오찬과 만찬을 함께 한 사실이 드러났고 작년 12월에 본인도 이를 시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는 이를 바라크와 야당을 공격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6일 소셜 미디어로 "제프리 엡스타인이 에후드 바라크와 비정상적으로 가까운 관계였다는 것은 엡스타인이 이스라엘을 위해 일했다는 것을 시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임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라크가 20년 전 선거 패배에 집착해서 "여러 해 동안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려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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