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서울시장 박원순 영전에 바칩니다

2020-07-14 (화) 이태상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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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 뉴저지주에 거주하고 있지만 ‘아이서울유I-SEOUL-U’ 의 한 사람으로, 전(前) 서울시민으로서, 그것도 1960년대 한국일보 영자신문 코리아타임스 서울시청 출입기자 출신으로 청천벽력같은 비보를 접하고 경애하는 박 시장님 영전에 삼가 이 조사를 바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인권, 민초들의 민권 변호사로, “서울을 성 평등 도시로 만들겠다”며 여성친화적 시정에 주력해 온 박 시장님께서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피소 당사자 본인에게 큰 부담이 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우리 각자의 뜻이 아니었듯이 생로병사로 이 세상을 떠나는 것 또한 우리 각자의 뜻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자연사든 사고사든, 자살이든 타살이든, 미시적으로 보면 그 누구의 잘 잘못, 책임을 지울 수 있겠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그 구분이 불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치 ‘어린 왕자’가 자기 별로 돌아가기 위해 이 지구별 사막에 사는 독사의 도움을 받듯이,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없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할 때 한국의 링컨이 되기를 희망했었지만 2009년 5월23일 자택 뒷산인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자살한 후 그가 미처 다 이루지 못한 일을 현 문재인 대통령이 또한 다 이루지 못할 경우, 박 시장님께서 이어 받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어주실 것을 바라던 우리 모두 대망의 꿈이 이렇게 깨지다니 허망할 뿐입니다.

산다는 것이 부조리하다는 생각은 1942년 까뮈의 에세이 ‘시지프스의 신화’가 발표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지요. 신들에 대한 도전, 죽음에 대한 반발, 생명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결단코 성취될 수 없는 일에 그의 온 힘과 존재를 다 바쳐 일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이 절망적인 형벌을 그는 자초한 것이지요.

에디푸스가 자신의 운명을 알게 된 바로 그 순간, 눈이 멀고 절망하지만 이 세상에 자기를 붙잡는 유일한 끈은 생기 넘치는 젊은 딸이란 것을 알게 되지요. ‘모든 것은 다 좋다고 나는 판단한다.’ 에디푸스는 말합니다. 이 말은 인간의 잔인하고 무정 무한한 우주 속에 쩡쩡 울립니다.

시지프스와 에디푸스의 운명은 제각기 시지프스와 에디푸스의 것이듯 선구자로서의 이 지상에서의 여정을 이제 이만 끝내시고 코스미안으로서의 우주적 우로역정에 오르신 박 시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태상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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