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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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의 죽음’

2020-07-06 (월) 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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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맨이었던 윌리는 아들에게도 자기와 똑같은 삶을 살도록 가르쳤다. 한번은 윌리의 아들이 이웃집의 나무토막을 훔쳐왔는데 겉으로는 그런 짓을 하면 못쓴다고 야단치면서도 속으로는 짐짓 ‘이 녀석이 겁이 없네. 앞으로 큰 일 하겠네.’ 라고 흐뭇해했다.

윌리가 이런 이중인격을 소유하게 된 것은 남보다 먼저 돈을 벌고 남보다 먼저 출세하고 싶은 욕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이런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반드시 경쟁자가 나타난다.

결국 윌리는 경쟁자에 의해 회사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자신이 꽤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경쟁에서 도태되고 보니 자신이 한 없이 불쌍해졌다. 윌리는 자살로 생애를 마친다. 윌리는 무책임했다. (강유나의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의 작품해설’ 중에서)

‘윌리 로만’은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에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아서 밀러는 상업화한 인간의 이기주의와 무책임한 인격을 윌리를 빗대어 투사하고 있다. 인생의 목표를 윌리처럼 남보다 먼저 돈을 벌고 먼저 출세하는 것에만 초점을 두는 사람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이런 사람이 인생의 위기를 만나면 삶의 의미와 가치관을 잃는다. 무책임한 사람이 된다.


세월호의 사고 원인은 복합적이다. 규정을 어기고 과적한 것, 초동 대처가 미흡한 것, 노후 된 선박의 기계적 결함도 문제였다. 가장 큰 문제는 책임감의 부재다. 승객의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야 할 선장이 제일 먼저 구명정에 올라탄 무책임한 행동이 큰 인재(人災)를 낳았다.

후에 보니 배와 사람은 침몰하고 있는데 선장은 병원 회복실에 혼자 누워 젖은 돈을 말리고 있었다. 기자가 달려와 책임을 물을 때 선장은 그 책임을 다른 것에 전가하기에 바빴다. 선장의 인격은 돈 때문에 분열되었고 책임의식은 이기주의로 인해 침식당했다.

누가 리더인가.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며 책임지는 사람이 리더이다. 죽음이나 고난이 두려워 그 자리를 피하는 자는 리더의 자격이 없다. 바로의 왕궁에 있던 모세를 보라. 그가 핍박받는 동족을 향해 책임지는 마음을 갖게 되자 자연히 리더가 되었다. 조지 워싱톤 카버는 말했다. “세상에서 실패한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나쁜 습관이 있다. 그것은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습관이다.”

<김창만 / 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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