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채소와 화초를 가꾸며

2020-06-18 (목) 나정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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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때문에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어 집에서 책을 보고 드라마도 보며 답답할 때는 산책도 하고 채소와 화초 가꾸는 시간이 많아 졌다. 아무래도 이런 답답한 세월이 더 오래 지속 될 것 같다. 이 도깨비 같은 바이러스와의 장기전에 대비하여 몸의 면역을 키우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뒷뜰 양지 쪽에 아들의 도움으로 작은 채마밭을 몇 해 전에 만들었다. 나무 틀을 구입하여 맞추고 그 크기 만큼 잔디를 거두어 내고 30 센티 만큼 흙을 파 내었다. 땅이 모래흙이라 바닥에 비닐을 깔고 거름 흙을 20 센티 높이 만큼 부었다. 한인 마트에서 고추, 깻잎, 오이, 방울 토마토 등 모종을 사다 심었다. 대파는 화분에서 싹을 내어 옮겨 심었다. 오이는 사다리로 넝쿨을 올려 네 그루만 심어도 여름 내내 싱싱한 오이를 따 먹을 수 있었다.

집 주변의 뜰에는 수선화, 아이리시, 히아신스, 란의 알 뿌리를 묻어 두어 해마다 아름다운 자태와 향기로 봄을 알린다. 집 주위에 꽃 나무 한두 그루만 심어도 우리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진달래와 철쭉으로 시작하여 장미, 무궁화, 작약이 어우러지면 성큼 여름이 다가온다. 국화와 데이지가 가을의 정취를 더해준다.

해마다 가을에 페투니아, 메리 골드, 채송화, 루나 핑크 등 씨앗을 채취하여 보관해 두었다가 다음 해 봄, 수선화 싹이 나올 무렵에 화분에서 싹을 낸다.
금년 봄은 바이러스가 때리더니 날씨마저 고르지 못해 채소 모종은 반이 얼어 죽고 옮겨 심은 화초들은 자라지 않아 유월이 됐는데도 꽃대가 오르지 않고 있다. 이래저래 금년에는 자연에서 치유 받기도 어렵게 되었다.

<나정길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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