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로우의 자연주의

2020-06-17 (수)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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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탄소배출 전문 싱크탱크인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는 오는 2028년에 화석연료 기반의 현대문명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자연계의 균형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 또한 해수면 상승, 세계적인 기근 등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저명한 학자들의 주장처럼 인간의 탐욕과 도덕성 상실이 문명붕괴의 근본적 원인이 아닐까. 현대문명의 붕괴 조짐은 지구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 확산세가 이제 대폭 줄어들어 우리의 일상생활 회복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현대문명의 위태로운 상태는 얼마나 더 확산될지... 인류 문명의 역사는 전염병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지 않을 경우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예측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지난 세기 수많은 젊은이들의 영혼을 어루만지고 가슴을 울린, 미국의 유명한 사상가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돈과 통념의 노예가 되지 말라.”고 강조했다. 소로우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후 일정한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평생 자연 속에서의 간소한 삶을 추구했다. 그는 28세에 물질문명을 뒤로 하고 월든 호숫가에 들어선다. 2년간 월든 호숫가에서 보낸 기록을 담은 그의 대표작 ‘월든-숲속의 생활‘은 당시의 사상가들과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에세이 수필집은 대자연에 대한 예찬과 문명사회의 비판과 성찰을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미 주류사회에 그의 초월주의 사상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가 발표한 ‘메인주의 숲’과 ‘케이프 캇’ 등은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주제로, 아예 ’자연 문학‘이라는 장르가 되었다. 인간성을 존중하며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사색하는 그의 이상주의는 그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미 사상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코로나 사태는 우리에게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인간성의 회복과 자연으로의 회귀를 일깨워주는지도 모른다. 법정 스님은 소로우의 간소한 삶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문명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우리 대부분은 사회통념과 인습의 굴레에서 쳇바퀴로 돌고 있지는 않은지…

어느새 집콕 방콕생활을 한지 3개월, 돌아보니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물질문명에 사로잡혀 살았는지 인식하게 된다. 자연과는 동떨어진 사실조차 모르고 정신없이 살아온 게 사실이다. 기계문명 속에서 매일 숨가쁘게 달려오다 보니 정작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상의 가치조차 외면하고 살았다.

달나라와 우주를 탐험하는 최첨단문명 시대의 우리가 코로나바이러스 하나로 모두 무기력증에 시달려 살았다. 그토록 믿고 의지하던 첨단문명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되고 사람들의 모든 활동이 한순간에 멈춰졌다. 이 혼란에서 빨리 벗어나려면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분석과 연구결과가 따라야 할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6피트, 대략 2미터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온통 뒤죽박죽되어 있다, 기다리던 경제활동이 마침내 지역마다 업종별로 재개되기 시작했지만 바이러스 감염 우려는 여전하고 행동반경이 자유롭지 못하고 보니 어느 것 하나 쉽게 해나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마스크 미착용, 사회적 거리두기가 안될 경우 다시 셧다운(봉쇄) 재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제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밝고 희망차다. 비록 지켜야 할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에도 사람들은 ‘이것만이라도 다행’이라며 모두가 환영일색이다. 더욱 자유로워져 예전같은 활기를 빨리 되찾으면 좋겠다. 자연을 벗어난 기계문명 속에서 소로우가 용감하게 부르짖던 목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가까이 들리는 듯하다. “노예같은 인간이 되지 말자”

<여주영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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