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이후 ‘종말·소망’ 설교 늘었다

2020-06-11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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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들어 확 바뀐 설교 주제

▶ 초기 ‘두려움과 질병’ 많아, 플로이드 사망 이후로는 ‘불평등과 권위’ 말씀 늘어

코로나 이후 ‘종말·소망’ 설교 늘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연합]

코로나19 및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과 관련, ‘불평등’, ‘고난’ 등을 주제로 한 설교가 최근 많이 다뤄지고 있다. 온라인 성경 공부 업체 ‘페이스 라이프 닷컴’(FaithLife.com)은 불평등, 고난 외에도 종말 신학, 질병 등의 주제가 올해 설교에서 유난히 자주 인용되고 있다고 자체 웹사이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페이스 라이프 닷컴에는 매주 약 1,000 ~1,500건의 설교 말씀이 작성 목사에 의해 올라오는데 이중 약 75%는 설교 주제와 관련된 연결 검색어와 함께 등록된다. 페이스 라이프 닷컴은 올해 3월 15일과 5월 31일 사이 올라온 설교 말씀 검색어와 지난해 같은 기간 설교와 비교했다.

페이스 라이프 닷컴에 따르면 올해 교회, 질병, 두려움, 소망, 기도, 권력, 정부, 종말 신학 등 약 30여 개에 달하는 설교 주제가 지난해보다 자주 등장했다고 밝혔다. 마셜 브라운 페이스 라이프 데이터 분석 책임자는 “대부분의 설교 주제가 코로나19 발발로 대면 예배와 부활절 예배가 중단된 4월 12일 이후, 그리고 조지 플로이드 사망으로 촉발된 전국적 시위와 성령강림주일인 5월 31일 사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페이스 라이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이 넘어서면서 지난 3월 이후 고난을 주제로 한 설교는 지난해 약 8%에서 올해 약 16%로 두 배나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소망을 주제로 한 설교는 지난해 약 13%에서 올해 약 23%로, 질병에 관한 설교는 지난해 거의 없었다가 올해 약 4%로 늘었다.

설교 단골 주제인 영생을 다룬 설교도 지난해 약 15%에서 올해 약 21%로 많아졌고 두려움 극복에 관한 설교 역시 약 12%에서 올해 22%로 두 배나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건을 예언서에 나오는 종말로 보는 것에 대한 목사들 간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작년 약 1%에 불과했던 종말 신학을 주제로 한 설교가 올해 약 6%로 급증했다.

현장 예배가 두 달간 중단되는 전례 없는 기간을 거치며 교회와 정부를 내용으로 한 설교는 각각 약 12%와 약 4%에서 올해 약 26%와 약 11%로 늘었다. 브라운 책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는 동안 교회와 성도 간 교제, 성찬식, 기도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기도를 주제로 한 설교는 지난해 약 10%에서 올해 약 19%로 거의 2배 늘었다.

페이스 라이프 측은 “코로나19 초기 두려움, 질병, 기도, 교회, 위안을 주제로 한 설교 말씀이 크게 늘었지만 이후 4월과 5월까지 기도가 이어지면서 이들 주제는 감소하고 대신 소망, 예배, 가정과 관련된 설교가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조지 플로이드 사망 직후 성령강림주일로 이어지는 기간 동안 성령, 불평등, 권위, 정부가 설교 말씀에 자주 등장했다”라고 페이스 라이프 측이 밝혔다. 불평등을 주제로 한 설교는 지난해 약 2%에서 올해 4%로 늘었고 사랑을 주제로 한 설교는 같은 기간 약 28%에서 37%로 증가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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