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적 천문대와 송수신 안테나숲이 있는 LA 근교 산

2020-05-08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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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Wilson (5,710’) - From Chantry Flats

세계적 천문대와 송수신 안테나숲이 있는 LA 근교 산

정상에 다가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Wilson 천문대.

세계적 천문대와 송수신 안테나숲이 있는 LA 근교 산

Upper Winter Creek Trail.


세계적 천문대와 송수신 안테나숲이 있는 LA 근교 산

Chantry Flats Campground.



등산을 취미로 하여 일요일이나 공휴일이면 주로 산을 찾아가는 우리 주말등산 동호인들에게 우리의 이 남가주는, 가볼만한 산다운 산의 수효도 많은데다가, 거개가 다 1~2시간 정도의 운전으로 닿을 수 있는 그리 멀지않은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참으로 풍성한 축복의 땅이고, 흔히 하는 말 그대로 ‘천사들의 땅’이라고 하겠다.

오늘은 Arcadia, Sierra Madre, Pasadena의 뒷쪽에 있는 Mt. Wilson으로의 등산을 안내코자 한다.


LA 한인타운에서 Mt. Wilson의 등산시작점의 하나인 Chantry Flats까지 27마일이 되어 45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고, 산이 제법 크긴 하지만, 그 높이는 5710’로, 한국의 산으로 어림하자면 세 번째 고봉인 설악산(5604’=1708m)과 엇비슷하지만, 남가주 기준으로는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는 보통의 산이다. 그래도, 높이에 비해서는 덩치가 큰 산인지라 등산로는 매우 다양하여, 짧게는 왕복 3마일에서부터 길게는 15마일 또는 그 이상까지의 코스 중에서 본인의 형편을 고려한 최적의 맞춤등산이 가능하다.

Mt. Wilson은 산악지역으로는 LA와 아주 가까운 위치이고, 일찍 도시가 형성된 Pasadena나 Monrovia의 바로 북쪽에 인접하고 있기 때문에, 일찍부터 세인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고, 따라서 수많은 역사와 사연을 안고 있게 된 산이기도 한데, 이 산의 몇가지 특징을 살펴 본다.

첫째, Mt. Wilson은 San Gabriel 산맥의 맨 남쪽줄기의 중심적인 큰 산으로, LA의 Griffith Park에서는 물론 Fwy 210을 달리면서도 잘 볼 수 있다. 특히 남쪽이나 북쪽에서 보는 이 산의 정상은 동서로 길게 평평한 가운데 통신 안테나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라 멀리에서도 식별이 아주 용이하다.

둘째, 1864년경에 이 지역에서 농장을 하던 Benjamin Davis Wilson이 이 산의 정상에서 목재를 운반해오기 위해, 원래 옛날부터 있었던 인디언들의 트레일을 확충함으로써, 이 산에 그의 이름이 붙게 되었다. 이 때 그가 확충한 길이, Sierra Madre에서 시작되어 Little Santa Anita Canyon을 따라 올라가는 Mt. Wilson의 최초의 등산로인 ‘Mt. Wilson Trail’로서, 나중에 이 산 정상에 짓게 되는 천문대의 건설자재와 망원경 등을 운반하는 수송로로도 활용된다.

셋째, 1907년에 미국인 최초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Caltech의 A. A. Michelson 교수가 빛의 속도를 초당 186,000마일이라고 측정해낼 때 이용한 두곳의 실험지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 Mt. Wilson 이었다고 하는데, 훗날 Einstein 이 자기의 상대성이론을 정립하는데, 이 실험이 큰 도움이 됐었다고 술회하였다니, Look-out Mountain 과 함께 이 Mt. Wilson의 역사적 의미가 더욱 각별하다.

넷째, 우주팽창설의 산실이다. Edwin Powell Hubble(1889~1953)은 이 Mt. Wilson의 천문대에서 은하를 관측하여, 그에서 얻은 정밀한 자료를 바탕으로, 1929년에 ‘허블의 법칙’을 발표하였는데, 이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빅뱅 이론의 확고한 기초가 되었다.

다섯째, LA지역의 대부분의 라디오와 TV 등의 송수신탑의 본산이다. 24개 이상의 전파매체의 송수신탑들이 이곳 정상에 모여 있다고 한다.


여섯째, 산록을 따라 다단계로 조성한 주차장이 있고, 울창하게 잘 자란 Oak Tree 숲속으로 바비큐시설과 피크닉 테이블들이 잘 갖추어져 있는 아름다운 Chantry Flats의 서쪽 코너에는, 노새나 당나귀 등의 동물을 이용하여 산속의 캐빈이나 리조트 캠프에 필요한 물품을 운반 공급해주는, 남가주에서는 유일한, Pack Station 이 아직 남아 있다.
일곱째, 남가주의 고산들이 눈에 덮여 등산이 여의치 않을 계절에도, 이 산의 정상부위는 적설량이 많지 않고 쉬 녹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게 종일토록 산행을 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오늘은 Chantry Flats 에서 출발하는 산행을 하기로 하며, 정상까지 가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Upper Winter Creek Trail - Winter Creek Trail - Mt. Wilson Trail 로 이어지는, 순등반고도 3540‘에, 왕복 약 13.6마일의 루트를 소개한다.

가는 길

Fwy 210의 Santa Anita Ave에서 내려, 북쪽으로 6마일을 올라가면 정면으로 잘 정비된 주차장이 나오는데, 이곳이 Chantry Flats이다. 주말에는 매우 붐비므로 보통은 오전 7시쯤에는 도착해야 주차를 할 수 있다. 혹 주차공간이 이미 꽉 차서 주차를 할 수 없을 경우에는, 1936년부터 존속해온 Chantry Flats의 서쪽 편에 있는 구내매점격인 Adams Pack Station에 주차료를 내고 주차를 할 수도 있다.

도로와 자동차가 급속히 발달해 있는 현대문명의 특성상 이러한 ’Pack Station’이라는 영업형태는 언제 폐업을 하게 될지 모르는 지난 시절의 유물일 것이다. 마굿간이나 건물 등을 둘러보며 옛 자취를 느껴보고, 기념품이나 필요품도 구입하면서 가게주인과 기념사진이라도 찍어두면, 훗날엔 더욱 소중한 추억물이 될 법하다.

등산코스

Chantry Flats은 Iowa출생의 Charley Chantry란 사나이가 1907년에 이곳의 20에이커의 땅에 집과 과수원을 지을 수 있는 허가를 받음으로써 붙여진 이름이다.

1936년에 LA County에서는 시가지에서 이곳까지 포장을 하고, 이곳에서 Hwy 2의 Shortcut Canyon으로 맞닿도록 길을 내려고 했으나, Big Santa Anita Canyon과 West Fork의 아름다움을 해치게 될 것을 우려한 산림청이 끝내 이를 불허함으로써, 결국 Chantry Flats 조금 아래의 Winter Creek까지만 길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Mt. Wilson의 정상으로 오를 수 있는 길은 여럿이다. 주차장 입구에서 오른쪽의 내리막길로 내려간 후, Lower Winter Creek Trail을 거치고 Zion Mtn을 돌아 Sturtevant Trail을 통해 오를 수도 있고, Gabrielino Trail을 따라 Sturtevant 폭포 옆을 경유한 후 Sturtevant Trail을 통해 오를 수도 있다.

오늘은 이곳에서 정상까지 가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Upper Winter Creek Trail 로 등정키로 하는데, 아름답게 거목으로 자라 있는 Oak숲을 지나 주차장에서 북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등산을 시작한다. 반마일을 채 못가서 길이 왼쪽으로 굽어지는 곳의 오른쪽에 Upper Winter Creek Trail의 입구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여기서 만약 왼쪽으로 굽어지는 길을 따라 0.3마일쯤을 간다면 Forest Service Heliport 와 함께 작은 건물이 있는데 이 건물의 바로 뒷쪽으로 Santa Anita Ridge를 타고 오르는, 능선으로만 이어지므로 그늘은 없되 전망은 대단히 좋은, 그러나 꽤 힘이 들어서인지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일종의 ‘Skyline Route’ 로 등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Upper Winter Creek Trail을 따라 직진한다. 굽어지고 펴지며 계곡의 서쪽 기슭을 훑어 나가는 산길은 아름답기만 하다. Bay, Maple, Oak 등이 우거진 향기롭고 싱그러운 길이다.

봄철에는 특히 샛노랗게 무리지어 피어나는 Monkey Flower가 길섶을 화려하게 꾸며 놓은 길을, 여름에는 Bay, Maple을 비롯한 숱한 초목들이 한껏 푸르름을 뽐냄으로써, 선인들이 말한 ‘녹음방초승화시’의 경지를 과시하는 길을, 가을과 겨울엔 온통 길섶에 노란 낙엽들이 수북한 향기로운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여유롭게 걷는 운치가 또한 그만이다.

이윽고 주차장(2170‘)에서 2.5마일되는 지점(2500’)에 이르면 오른쪽에서 올라오는 오솔길을 만나게 된다. Upper Winter Creek Trail과 Lower Winter Creek Trail이 만나는 곳으로 이제부터는 Winter Creek Trail 로 단일화되는 곳이다. 직진한다.

조금 나아가면 곧 등산로가 왼쪽으로 꺾여 서쪽을 향하게 되는데, 1.6마일을 나아가면, 다시 오른쪽으로 꺾여 북쪽을 향하게 된다.

대략 0.8마일 후에는 서쪽의 Little Santa Anita Canyon과 동쪽의 Winter Creek을 가르며 그 사이에 위치한 산줄기인 Santa Anita Ridge에 올라서게 된다. 5~6인이 같이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는 곳인데, 이른바 Manzanita Ridge(4200’)라고 호칭되며, 동서남북의 4거리를 이루고 있다.

동쪽은 우리가 지금 올라온 Winter Creek Trail이고, 서쪽은 Sierra Madre에서 시작되어 Little Santa Anita Canyon을 따라 올라온 Mt. Wilson Trail이다.

남쪽은 Chantry Flats의 Heliport 에서부터 Santa Anita Ridge를 타고 올라온 능선길이다. 북쪽은 정상을 향하여 우리가 계속 나아가야 할 길로서, 이제 부터는 Mt. Wilson Trail로 호칭되는 구간이다.

오르다 보면 2번 정도 길이 좌우로 갈라지는데 곧바로 다시 통합되므로 어느 길도 괜찮다. 벤치에서부터 0.8마일쯤을 지나오면, 비포장 소방도로(4500’)에 올라서게 된다. Eaton Canyon에서 시작되어 수목시험장이랄 수 있을 Henninger Flats(2510’)을 거쳐 올라오는 길이다. 옛날에는 Mt. Wilson Toll Road 로 불리던 길이나 지금은 소방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우측으로 소방도로를 따라간다. 멀리로는 Mt. Baldy의 줄기를 보며, 가까이로는 Mt. Wilson의 정상부를 보면서 1마일쯤을 가면, 오른쪽으로 Mt. Wilson 정상부의 숲이 등산로와 함께 나타난다. Oak Tree 숲속으로 나있는 0.8마일정도의 운치있는 길인데, Echo, Lowe, Markham, San Gabriel 등의 봉우리들이 가까이로 보인다.

마침내 Mt. Wilson의 정상에 이른다. 넓은 공터가 있는 Skyline Park 인데, 제법 규모가 큰 건물인 ‘Pavillion’이 있다. Pavillion 의 북쪽 화단 한쪽에 상수도가 있어 마실 물을 받을 수 있다. Pavillion에 오르면 전망대와 피크닉테이블이 있어 점심을 먹으며 쉬기에도 아주 좋다. 겨울철이 아닌 주말에는 간단한 식사나 스낵 음료 등을 판매하는 매점이 영업을 한다.

정상에서 동쪽으로는, 한때는 세계 최대의 반사망원경이었으며 천문학 발전에 획기적인 기여를 했던 천문대 시설들이 있고, 서쪽으로는 라디오, TV 등의 송수신 안테나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대부분의 LA지역 전파매체들이 이곳의 시설을 통해 전파를 송출한다는 사실을 실감케 한다.

2번 Hwy의 Red Box로 이어지는 포장도로인 Mt. Wilson Road가 정상까지 나있어 이곳까지 차를 타고 온 사람들을 보게되니, 6.8마일의 짧지 않은 산길을 한발 한발 힘들여 걸어 올라온 것이 다소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뚜벅 뚜벅 걸어 올라오면서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들을 보았는지, 얼마나 행복한 순간들이었는지를 생각하고, 매 걸음 걸음이 세간사에 옥죄어든 나의 심신에 얼마나 많은 활력소가 됐을 것인지를 생각하게 되면, 오히려 땀을 흘리며 힘들여 이곳 정상까지 걸어 올라온 내가 대견하게 느껴진다. 또 한번의 건강적금을 부은 심정이랄까, 흡족하고 여유로운 마음이다. 올라온 길을 그대로 되짚어 안전하게 하산토록 한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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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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