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로 지역정취 사라져…렌튼ㆍ켄트ㆍ뷰리엔 등 직격탄

2020-04-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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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이 많이 사는 렌튼과 켄트, 뷰리엔 등 시애틀 남쪽지역 동네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으면서 오랫동안 간직해온 지역 정취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탄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렌튼에 있는 ‘분 부오나 카페’는 주민들에게 단순한 카페 이상의 공간이었다.

이민자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다양한 음식문화와 이벤트, 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이 카페에는 밤마다 지역예술가와 주민 등 100여명이 모이던 문화 사랑방이었다.


떠들썩하던 카페는 코로나 사태로 조용해졌고, 현재 일부만 영업을 하고 있다.

이처럼 렌튼과 켄트, 뷰리엔을 비롯한 킹 카운티 남쪽 지역 소도시들은 대부분 카페나 레스토랑, 살롱 등 규모는 작지만 개성있는 가게들이 많아 이들의 지역경제의 큰 축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기며 지역 상가 대부분이 임시휴업 중이거나 폐점한 채 위기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렌튼의 경우 석탄업과 제조업의 허브로 이민자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며 다양성과 독립성이 강한 지역 색깔을 유지해왔지만 코로나로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인근 켄트나 뷰리엔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켄트 다운타운 파트너십의 가일라 구티에르 디렉터는 “역사적인 켄트 다운타운 지역이 유령 도시로 변했다”며 “이곳 가게들이 얼마나 더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이들 소규모 가게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와중에도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 수혜조차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렌튼 상공회의소는 회원의 90%가 영세업자이지만 상당수가 신청 요건을 갖추지 못해 지원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대다수 가게 소유주는 영어가 제2외국어인 이민자들이라 지원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으며 신청서 제출조차 제대로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당사자인 지역상인들의 고민도 깊을 수밖에 없다.

뷰리엔에서 헤어살롱을 운영하는 디에나 텔스리는 연방정부의 코로나 바이러스 구제기금과 PPP를 신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실업수당 수혜대상도 아니라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그는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면 앞으로 사업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지역 상인들은‘켄트 스트롱’과 같은 스티커를 창문에 붙이며 지역경제 회복과 회생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위기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대형 체인점과 온라인 소매업체와의 경쟁에서 힘겹게 살아남은 이들 가게가 사라지고 일반 체인점만 남는다면 미국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계 진보적인 정책연구소인 브루킹스 연구소는 “이미 진행중이었던 소매점의 추락이 코로나로 가속화되며 작은 가게들의 연쇄 폐점 물결이 일 것”이라는 암울한 추측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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