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렌트 못내”vs“건물주도 힘들어”… 렌트거부 운동 확산

2020-04-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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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트 못내”vs“건물주도 힘들어”… 렌트거부 운동 확산
코로나 사태로 실직자가 폭증하며 생계에 곤란을 겪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시애틀 일부 세입자들을 중심으로 렌트 거부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건물주들은 우리도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세입자와 건물주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시애틀 시민 제니퍼 로즈는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렌트 & 모기지 거부 운동(Rent and Mortgage Strike Washington)’을 펼치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제니퍼는 “이 운동의 취지가 지역지도자나 선출직 공무원에게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조치를 촉구하려는 것”이라며 “5월 1일 이전에 실제적 조치가 없다면 5월 임대료 거부에 돌입하겠다”고 천명했다.

캐피톨 힐 벤 라몬드 아파트 주민 칼 로렌스는 세입자 40여명과 함께 건물주 코넬 앤 어소시에이트를 상대로 임대료 취소나 할인을 요구하고 나섰다.

예술가이면서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칼은 코로나 이후 일자리를 잃게 되어 당장 집세를 내기 힘든 처지가 됐다며 건물주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렌트 거부 움직임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시애틀에서 ‘렌트 스트라이크 2020’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사마 샤완트 시의원은 지난 25일 임대파업 조직 컨퍼런스를 열고 세입자들에게 5월 1일 렌트 거부 동참을 호소했다.

세입자와 주택소유주들이 당장 조직화되지 않으면 대형 건물주나 부동산 관리회사, 모기지 회사, 대형은행들이 대규모 압류와 퇴거조치를 취한다는 것이 샤완트 의원의 주장이다.

일부 시애틀 시의원과 스포캔, 레드몬드, 벨링햄, 뷰리엔, 시애틀 공립학교 등 지도자들도 임대료 취소 요구를 지지하고 나섰다.


반면 건물주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시애틀 지역내 약 250개 아파트 유닛을 소유한 코넬 & 어소시에이트 바트 플로라 부사장은 렌트비 거부 운동이 공정하지도 않고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건물주도 렌트를 받아 융자를 갚아야 하는데 건물주가 그 부담을 짊어져서는 안되며 그럴 여유도 없다”며 “우리는 빈털털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은 건물주들은 자신들도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시애틀 풀뿌리 건물주 조직 회원 10여명은 28일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열고 최근 시애틀 시의 임대료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이 모임 관계자 샤롯테 티즐레는 시애틀 시의회가 퇴거 유예, 렌트비 동결은 물론 렌트비 거부까지 적극 장려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소규모 건물주인 레슬리는 “우리도 건강보험을 내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임대료에 의존하고 있다”며 일부 건물주는 임대료 납부기일을 늦추는 등 세입자를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양쪽 모두 힘든 상황인 만큼 우선 세입자들에게 건물주와 협상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워싱턴주에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세입자 보호를 위해 렌트비를 체납하더라도 6월 14일까지 세입자를 강제로 퇴거시키지 못하는‘퇴거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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