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직한 세입자들 건물주 찾아가 사정하니 급여명세서 요구·지불약속 서류 서명 강요
▶ 일부 아파트 부당행위로 경고장 받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직과 업소 운영 중단이 이어지며 LA에선 렌트 유예 및 퇴거 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졌지만, 렌트비를 놓고 세입자와 건물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건물주들은 상황이 어려워져 렌트를 못내는 세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별도의 조건부 계약서를 만들어 렌트비 납부를 종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LA 타임스는 퇴거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건물주들은 어떻게든 임대료를 받아낼 방법을 찾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룸메이트와 함께 할리웃 소재 한 2베드 아파트 유닛에 살고 있는 시모나 보네바의 사연을 전했다.
한 미디어 업체에서 오피스 매니저로 근무하던 시모나 보네바의 근무시간과 임금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절반으로 줄었다. 또 다른 직업이었던 바텐딩은 해당 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실직했다. 이로 인해 이번달 집세를 내지 못하게 되자 그녀는 렌트 지불 유예를 위해 건물주를 찾아갔는데, 건물주 측은 유예가 가능하지만 지불을 약속하는 서류를 내밀며 서명하기를 요구했다. 이 서류에는 보네바가 정부 지원금이나 자선 단체로부터 돈을 받게되면 5일 이내로 건물주에게 줘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임의의 계약이 법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한 그녀는 이 서류에 서명하지 않았다.
LA 렌트 유예 및 퇴거 금지 명령은 세입자들이 렌트를 미룰 수 있다는 내용이지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러나 보네바의 사연과 같이 많은 건물주들이 캘리포니아 또는 LA에서 규정한 내용보다 훨씬 더 강한 내용을 담고 있는 지불 서약서에 동의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LA 타임스는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일부 건물주들은 세입자들에게 렌트 유예를 위해선 급여 명세서와 은행 계좌 거래내역서를 제출해 ‘코로나19’으로 재정적 피해를 크게 입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어떤 건물주들은 정부가 선포한 ‘코로나19’ 비상사태가 끝날때까지만 미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둘 다 사실이 아니다.
LA 시 규정에 따르면 세입자는 현 ‘코로나19’ 사태로 직면한 재정적 어려움에 따라 렌트를 지불할 수 없다고 건물주에게 렌트 지급일 7일 이내에 통보하기만 하면 된다. 또한 코로나19 비상사태 종료 후부터 최장 12개월까지 납부를 미룰 수 있다.
세입자 옹호 단체인 ’경제적 생존을 위한 연합‘의 래리 그로스 사무국장은 “건물주들이 (별도의 서약서로) 이행할 수 없는 합의에 세입자들을 가둬 놓으려 한다”면서 “이행할 수 없는 세입자들은 결국 퇴거되는 끔찍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비난했다. 또 ‘강제 퇴거 방지 네트웍’ 측은 4월 1일부터 건물주가 세입자에게 행정명령과 배치되는 재정 증명 서류나 상환 의무 약속을 요구했던 사례가 20건 이상 보고됐다고 밝혔다.
일부 세입자들은 건물주가 다른 식으로 보복할 것이 두려워 어려운 가운데서도 일부라도 렌트비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한편, LA 타임스는 ‘롬 레지덴셜’ ‘크레센트 캐년’ 등의 아파트 소유주 기업들이 세입자들에게 재정 위기 증명서류를 요구하다 데이빗 류 LA 시의원으로부터 경고장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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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