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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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도수보다 낮은 안경, 피로도 높여 ‘득보다 실’

2020-03-31 (화)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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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시 동반한 근시 어린이, 안경 안쓰면 시력 나빠져

유치원과 초중고교 개원·개학을 앞두고 자녀가 안경을 써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안과 병·의원을 찾는 분들이 적지 않다. 자녀가 칠판 등을 보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학습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하지만 자녀가 안경을 써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으면 마음이 아파 안경 착용 시기를 미루고 싶어하는 부모가 많다. 안경 착용에 대한 잘못된 속설·상식 때문이다. 7~8세에 거의 완성된 시력이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에 시력발달과 학습을 위해서는 안경 치료가 필수적인 경우도 있다.

김대희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사시소아안과센터 교수는 “안경 착용은 어린이 시력 발달과 눈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치료”라며 “소아 안질환은 육안으로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자녀가 공부할 때 쉬 피로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정기검진을 통해 눈 건강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권했다.


김 교수의 도움으로 어린이 안경 착용과 관련한 속설의 진위를 알아본다.

Q: 자녀가 근시여서 안경을 맞췄다.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얘기가 있던데.

▶틀린 이야기다. 근시는 안경 착용 여부와 상관 없이 자녀가 성장하면서 함께 진행되는 질환이다. 오히려 안경을 쓰지 않아 시력 발달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경우도 있다. 난시가 동반된 근시는 안경을 쓰지 않으면 약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안경을 써야 한다. 약시는 소아에서만 발생하는 안과 질환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안경을 쓰거나 성인이 돼 시력교정수술을 받아도 시력이 좋아지지 않는다.

Q: 안경을 쓰고 벗고를 반복하면 눈에 좋지 않은가?

▶근시의 정도가 약한 청소년이라면 일상생활을 할 때 안경을 쓰고 벗고를 반복해도 시력에 큰 영향이 없다. 하지만 계속 반복하면 눈이 안경 착용에 적응하지 못해 성인이 돼 안경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부를 하거나 칠판을 볼 때는 꾸준히 안경을 써 적응력을 키우는 게 좋다.

Q: 원시인 경우 안경 도수를 낮추면 아이가 안경을 벗을 수 있다?

▶원시는 굴절력에 비해 안구의 앞뒤 길이가 짧아 먼 것보다 가까운 것이 더 안 보인다. 정도가 심하면 먼 것도, 가까운 것도 잘 안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원시 진료인원은 27만여명으로 10세미만이 34%(9만2,900여명)를 차지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수정체의 조절력이 좋아 안경 도수를 낮춰도 잘 볼 수 있다. 그래서 시력이 좋아졌다고 착각하기도 하고 안경 착용을 중단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안구의 앞뒤 길이가 짧은데 안경 도수만 낮추면 눈의 피로도를 높여 어린 나이에 노안처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물·글자가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Q: 낮은 도수의 안경을 쓰면 근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과거에는 그런 이유로 낮은 도수의 안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눈의 피로도를 높여 오히려 눈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낮은 도수의 안경을 쓰면 생활시력이 떨어질 위험이 있어 최근에는 환자의 도수에 맞춘 처방을 권장한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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