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각·시각 장애우 이젠 불편 없이 성경 읽는다

2020-03-24 (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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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경번역 위클리프협회, 부호 체계 ‘SUN’ 이용

▶ 신약 성경본 출간, 일주일 만에 학습 가능

성경 번역 단체 ‘위클리프 협회’(Wycliffe Associates)가 전 세계 청각 및 시각 장애인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신약 성경 번역본을 개발해 공개했다. 협회가 개발한 새 신약 번역본은 성경의 개념을 상징 부호로 표기한 번역본으로 협회 측에 따르면 장애인들은 일주일 안에 읽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새 번역본에 사용된 상징부호 ‘SUN’(Symbolic Universal Notation)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협회의 전 자원봉사자인 에밀리 왕에 의해 개발됐다. 왕은 청각과 시각 장애를 모두 지닌 장애인가 세계에 60만 명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이후 중국어 글자 모양에 착안해 전 세계 장애인가 시각과 감각을 통해 읽을 수 있는 부호 SUN 을 개발하게 됐다. SUN 은 왕을 비롯, 미국 내 약 400명의 자원 봉사자들이 참여에 의해 약 1년 반에 걸친 기간을 통해 완성됐다.

‘문자 중심 성경’(Unlocked Literal Bible)을 기반으로 완성된 SUN 번역본을 읽으려면 약 100개의 핵심 부호의 뜻과 이들을 조합해서 완성되는 의미만 이해하면 된다. 로리 젠킨스 SUN 프로그램 디렉터는 “신약 성경 각 장과 절의 개념을 부호화 한 번역본”이라며 “청각과 시각 장애를 동시에 지닌 장애인를 위한 3 D 버전 번역본도 개발 중”이라고 크리스천 포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협회 측은 전 세계 약 5,600만 명에 달하는 청각, 시각 장애인들에게 SUN 번역본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7,000만 명이 청각 장애를 갖고 태어나고 있으며 이중 약 80%는 출생 국가의 수화를 배울 기회를 접하지 못한다. SUN 번역본은 학습에 수년씩 걸리는 점자보다 쉽게 배울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점자가 문자나 단어에 의존한 체계인 반면 SUN는 성경 개념을 부호로 풀어냈기 때문에 배우기 쉽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젠킨스 디렉터는 “수화를 전혀 배우지 못한 청각 장애인이 워크숍을 통해 SUN 번역본과 수화를 동시에 배워가고 있다”라며 “하나님의 말씀에 장애인들의 세상이 열리는 것을 목격하는 은혜스러운 체험”이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우선 청각 장애인를 대상으로 시각적인 방법으로SUN 번역본 읽는 법을 교육했고 대부분 3~5일 내에 읽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젠킨스 디렉터는 “많은 장애인들이 3일 만에 마가복음 1장을 읽기 시작했고 ‘예수님을 어떻게 더 알 수 있나요?’, ‘어떻게 예수님을 마음을 받아들이나요?’라고 질문하며 성경에 대한 의사소통이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협회는 이미 약 9개 국가에서 SUN 번역본 교육을 시험했고 이 밖에도 약 16개 국가 번역본을 전달했다.

협회 측은 올해 안으로 약 40개 국가에 SUN 번역본을 전달할 계획으로 현재 구약성경 번역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구약성경 번역에는 이미 개발된 상징 부호의 약 2배에 달하는 부호를 새로 개발해야 하고 협회 측은 조만간에 번역 작업을 끝마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젠킨스 디렉터는 “SUN 번역본은 청각, 시각 장애인뿐만 아니라 자폐 장애와 같이 의사소통이 힘든 장애인들에게도 성경을 접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클리프 협회의 SUN 번역본은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로드할 수 있다. ▶홈페이지 https://bibleineverylanguage.org/processes/sun/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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