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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할당제로 ‘출산율·여성 노동시장 참여’ 선순환

2020-03-11 (수) 스톡홀롬=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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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떼파파가 세상을 바꾼다 [스웨덴]

▶ 45년전 남녀육아휴직제 도입, 3차례 대대적 개혁 거치며 정착…남녀 240일씩 유급휴직 보장
150일은 배우자가 대신 써도 돼, 노사 85%·정부 15%로 기금 조성…매년 육아에만 130억유로 투입

아빠 육아할당제로 ‘출산율·여성 노동시장 참여’ 선순환
스웨덴 예테보리 다운타운의 한 카페. 평일 아침임에도 오전 10시에 가까워지자 아빠들이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끌고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빠들은 커피와 빵을 주문한 후 다른 아빠들과 허물없는 대화를 시작했다. 한참 동안 담소를 마친 이들은 한 손에는 커피를 들고 다른 손으로 유모차를 밀며 공원 산책에 나섰다. 스웨덴에서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라떼파파들의 모습이다.

카페에서 만난 한 라떼파파는 “부인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을 해서 지금은 내가 육아휴직을 하며 아이를 돌보고 있다”며 “아침마다 카페에서 커피를 사서 공원에서 아이와 함께 산책을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육아휴직 시스템


스웨덴은 유럽에서 합계출산율과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유럽연합(EU)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원국에 유급 육아휴직 제도 강화를 주문하면서 스웨덴의 육아휴직 시스템이 롤 모델로 부각 되는 모습이다. 니콜라스 뢰브그렌 스웨덴 사회보험청 가족지원국 대변인은 “정부가 3차례의 대대적인 육아휴직 개혁을 하면서 출산율이 높아지고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증가, 일과 삶의 균형 등을 모두 달성할 수 있었다”며 “특히 육아휴직 할당제는 남녀 모두의 고용 참여율 증가와 양성평등을 위한 사회적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 시켰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는 1974년 서구 사회 최초로 남성과 여성이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했다. 육아휴직 제도를 양성 평등적인 성격으로 개정한 것이다. 하지만 시행 첫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500여명에 불과했다. 뢰브그렌 대변인은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근육질의 남자가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에 ‘육아 휴직 중인 아빠’라는 문구를 담은 사진과 TV 광고를 제작하는 캠페인까지 벌였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는 1995년에는 부모 각자에게 육아휴직 1개월씩을 할당하는 이른바 ‘엄마 할당제’와 ‘아빠 할당제’를 도입했다. 육아휴직은 여성만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깨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독려하는 조치였다. 육아 할당제 도입 이후 가족관계도 개선되고 이혼율도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효과도 나타났다. 육아 시스템 개혁은 계속됐다. 2002년에는 한 달씩의 할당 기간을 각각 60일로 늘렸고 2016년에는 각각 90일로 늘리는 개혁을 단행했다.

현재 스웨덴의 육아휴직 시스템은 남녀가 각각 240일씩을 사용할 수 있다. 각각 90일은 부모가 반드시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240일 가운데 90일을 제외한 나머지 150일은 배우자가 대신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정부는 사회보험청을 통해 부모가 각각 사용 가능한 240일 중 195일은 월급의 80%를 지급하고 나머지 45일에 대해서는 하루 180크로나(한화 2만 1,600원)를 정액 지급한다. 남성이 90일을 사용한 후 남는 150일을 여성이 대신 사용 가능한 만큼 여성이 사용 가능한 총 육아휴직 기간은 본인 몫의 240일에 150일을 더한 390일까지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육아휴직 시스템

스웨덴 사회보험청의 사회보험기금은 고용주가 근로자 월급의 31.42%, 근로자가 월급의 2.6%를 부담한다. 이렇게 모은 재원으로 고용주와 근로자가 전체 기금의 85%를 부담하고 나머지 15%는 정부가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스웨덴 정부가 육아휴직 급여로 매년 지출하는 예산은 30억 유로에 달한다. 여기다 양육 보조금과 주택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예산을 합하면 100억 유로에 가깝다. 100억 유로는 스웨덴 한해 예산의 9%에 달하는 금액이다. 유치원과 방과 후 학교 등을 위한 예산이 추가로 30억 유로가 지원되는 만큼 육아를 위해 지원되는 총 예산은 매년 130억 유로에 달한다. 육아휴직과 아이를 돌보기 위해 사용되는 예산은 스웨덴 전체 예산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육아휴직 시스템이 지속 가능한지 여부다. 뢰브그렌 대변인은 “육아휴직 관련 예산이 매년 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구조로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다”며 “출산이 늘어나고 아이가 자라 일을 하면 또다시 고용주와 근로자가 부담하는 세금으로 사회보험기금이 다시 늘어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앤조피 두반더 스톡홀롬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육아휴직과 양육 시스템을 통해 지출된 예산으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이 증가하는 만큼 사회보험기금의 기금액도 늘어난다”면서 “소득대체율이 한국의 육아휴직 시스템에 비해 높지만 육아휴직자들이 다시 일자리로 돌아오는 만큼 충분히 선순환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 최고의 선진화된 육아시스템은 출산율 및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율 증가로 이어졌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아빠 할당제를 처음 도입한 1995년 1.73명을 기록한 후 1998년과 1999년에 1.5명까지 하락했지만 2000년부터 상승 추세를 보이며 2016년 기준 1.85명을 기록했다. 송지호 스톡홀롬 경제대학 연구원은 “아빠 할당제 등을 통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증가하면서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도 늘어났다”며 “결과적으로 여성 노동 시장의 가장 큰 문제인 경력 단절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 했다”고 평가했다.

<스톡홀롬=김상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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