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등] 질병명 X
2020-02-27 (목)
동진스님 (SAC 영화사 주지)
우한,에서 코로나19로 명명된,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온세상이 들썩거린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인해, 언론 속 세상은 참 낯설다. 마침 12월 말에 시작한 자비참 기도가 아직 진행중이라, 그 세상 출입을 할 일은 없지만, 그래도 입지상 세상 뉴스와 완전 분리 될 순 없어서, 한국의 깊디 깊은 산사가 그리워진다. 과거 ‘스페인독감’ 처럼, 예전의 신종 바이러스는 지역에 국한되어 있었고 코로나처럼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빨리 확산되지도 않았다. 비행기 운항이나, 문물, 사람들의 왕래도 빈번치 않아, 아프리카 고양이가 미국에 올 일이 없었고, 서울 사람이 브라질 커피를 만날 일이 전혀 없었다. 현대는 열대의 섬 나무가 세계로 오가고, 세상 만날일 없던 희귀동물도 쉽게 만나며 살게 됐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마치 없던 것이 갑자기 생긴 것처럼 보이지만, 커피처럼, 원래 세상에 있었던 것이나, 우리가 갖기 전까진 모르고 살았을 뿐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 정복한, 천연두, 홍역, 풍진, 같은 것도, 어마무시한 바이러스였다. 아직 정복하지 못한, 에이즈나 지카, 에볼라, 메르스,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도 곧, 홍역과 다를바 없이 여겨질 날이 올 것이다. 아직 그 백신이 없을 뿐이다. 실은 해마다 발병하는 독감도 아직 완전한 백신이 없고, 코로나 못지않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인데, 이상하게도 마치 코로나만 유독 위험한듯, 인종 차별까지 해가며, 타겟을 삼는 형국이다. 아무튼 곧, 의학 연구진들과 제약회사는 백신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도 과거 속 얘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 세상엔 4천여종의 바이러스가 있다고 하지만,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또 등장할지, 발견 되기 전에는, 존재 유무도 종류도,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WHO에서 정한, 앞으로 등장할 그 바이러스 이름은 ‘질병명 X’다. 얼마나, 어떻게 올지 알 수 없어서 이렇게 이름지어졌다고 한다. 그 X는 어느날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나타나, 인류 전체를 샷다운 시켜버릴 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재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입력하고, 앞으로 발생할 바이러스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고 한다. 성공시 미리 백신을 준비할 수 있다는 거다. 청신호 일까 ? 그러면 우린 병에 안걸릴까 ?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이 세상엔 또한 어마어마한 종류의 세균이 존재한다. 만약 세균이 없다면, 지구도 멸망할 수밖에 없다. 왜 그런지는 기초 과학 수준으로도 가능할 것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관둔다. 간단히 말해 썩을 게 썩지 않고 자랄 것이 자라지 못하고 생명순환이 중지된다. 그래서 세균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럼 바이러스는 ? 인간은 아직, 바이러스의 기원도 모른다. 생물인지 아닌지 조차도 정의 못한다. 아직은 무조건 퇴치해야만 할 대상으로만 주력하는 듯하다. 그러나 인연법상 빛 없는 그림자는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 퇴치와 똑같이, 반드시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는, 신종 바이러스는 왜 끝없이 출현하는가 ? 이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두가 이 문제를 깊이 생각해줬음 좋겠다. 목적을 모르는 적을 이길 순 없다. 바이러스는 늘 그래온것처럼 없애면 또 오고, 또 오고 할 것이다. 인간은 그때마다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강해질수록, X는 보다 강해져서 우리에게 올 것이다. ‘이것으로 인하여 저것이 온다.’ 연기법에 대한 통찰이 진정 필요한 때이다.
<동진스님 (SAC 영화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