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상] 첫 소셜 연금을 받고서

2020-02-26 (수) 12:00:00 윤덕환/오렌지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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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땅에 이민 와서 37년 동안 소셜 시큐리티 택스를 내고 첫 소셜 연금을 받았다. 그 긴 세월 매달 소셜 시큐리티 택스라는 적금을 붓고 만기를 맞은 기분이다. 더 이상 택스를 안내도 된다는 안도감과 해방감 속에 자축해본다.

매월 1일 은행에 돈이 입금되면 왠지 공짜 돈이 생긴 것만 같다. 내가 세상 떠날 때까지 나온다니 미국 정부에게 황공한 마음마저 든다. 이전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소득세와 사회보장세가 너무 많다고 투덜거렸었다. 이제 그 고생이 다 끝나고 의료보험도 되고 세금조차 안내는 돈이 매달 나오니 새 인생을 시작한 느낌이다. 글도 쓰고 여행도 떠나는 인생 2모작에 가슴이 부푼다.

미국에 사회보장제도가 생기게 된 것은 대경제 공황을 겪고 나서 1935년에 루즈벨트 대통령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한인사회에서는 자식들이 제대로 효도를 못하고 대신 “미국정부가 효도를 한다”는 말들을 한다. 가족 초청으로 미국에 온 연로한 부모님들은 사회보장 혜택으로 소셜 보조금(Social Security Income)을 받는다. 빠듯한 미국생활에 부모님께 용돈 한번 번번이 못 드리는데 미국정부가 매달 부모님께 큰돈을 드린다.


네바다 주에 사는 여동생한테서 텍스트 메시지가 왔다. 소셜 연금을 다음 달부터 받게 되어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제는 아무 때나 자기 집을 방문하란다. 여동생도 30여년을 일하고 은퇴했다. 동생에게 “그동안 쉽지 않은 미국직장에서 일하느라 수고 많았다”고 답신을 보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한 느낌이다.

전화기에 이달 소셜 연금이 입금되었다는 텍스트가 왔다. 아직도 공짜 돈이 생긴 것 같다. 아내의 것도 입금되었으니 오늘 밤은 외식을 할 예정이다.

<윤덕환/오렌지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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