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서 ‘홈리스’될 줄 상상도 못해”...불우이웃 사연들

2020-02-20 (목)
크게 작게

▶ KEF이사회, 더욱 힘들어진 한인 동포들 사연에 눈시울

▶ “그래도 동포사랑 나누는 분 많아 다행”

올해 63살인 한인 여성 J씨는 지난해 졸지에 홈리스 신세로 전락했다.

선천적 장애를 갖고 있는 데다 아들까지 사라진 뒤 소식이 끊겨 힘들게 혼자 버텼지만 결국 아파트 계약이 끝나던 지난해 7월 오갈데가 없게 된 것이다.

5년 전 신청해놓은 저소득층 아파트가 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돈이 없어 아파트 계약을 더 이상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는 짐은 스토리지에 넣고 시애틀 다운타운 홈리스 쉘터를 찾아 이곳에서 잠을 해결하게 됐다. 밤 8시30분에 들어가 잠만 자고 아침 7시30분에 나와 차에서 지내는 생활을 8개월째 이어오고 있다.

음식은 교회 목사와 성도들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고 있지만 차에서 지내면서 몸 상태까지 악화되고 있어 걱정과 한숨만 태산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와 이민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홈리스’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지난 19일 쇼어라인 옛골식당에서 열린 한국일보 불우이웃 돕기 성금캠페인 비영리단체인 ‘한인비상기금’(KEFㆍKorean Emergency Fund) 결산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진과 사회봉사 기관 관계자들은 J씨와 같은 사연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느닷없이 퇴근길에 남편이 홈리스에 폭행을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 한인 여성, 정신질환을 앓은 딸을 혼자 돌보면서 병까지 얻은 여성, 남편의 가정 폭력으로 미국 체류신분도 해결하지 못한 채 5살된 딸과 살아야 하는 여성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처한 사연들이 쏟아졌다.

이날 이사회에 수혜자 신청대행기관 책임자로 참석했던 한인생활상담소 김주미 소장은 “최근 들어 60~70대 한인 가운데 홈리스로 전락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시애틀지역에 렌트비가 급등하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게 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사회 참석자들은 이처럼 한인사회에 불우이웃들이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이들에게 함께 살아가려는 따뜻한 온정의 물결이 KEF에 몰린 것에 감사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본보 캠페인은 경제적 고통으로 시달리는 동포들에게‘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자는 취지로 34년전인 1985년부터 시작됐고, 현재는 서북미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시즌 모금액은 평균 5만~6만 달러 수준이다. 이 같은 액수로 병원비 등 고액 부담은 현실적으로 해줄 수 없어 좌절에 빠진 이웃들에게 조그마한 희망의 불씨라도 전해주자는 취지로 분배하고 있다.

결산 이사회에는 윤부원ㆍ곽종세ㆍ이상미 이사 등 3명의 이사진과 수혜 신청서를 접수한 대한부인회(KA) 박명래 봉사위원장, 유미영 디렉터, 앤젤라 리 매니저, 생활상담소 김주미 소장, 아시안상담소(ACRS) 김인숙 슈퍼바이저 등이 참석했다.

윤부원 이사는 “요즘 한인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변을 살펴보면 너무나도 힘든 한인들이 넘쳐나고 있다”면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과 용기가 낼 수 있는 KEF 캠페인이 더욱 절실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본보는 11월 추수감사절부터 이듬해 1월말까지 집중적인 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대한부인회ㆍ한인생활상담소ㆍACRS 등 3개 전문기관을 통해 수혜자 신청을 접수한 뒤 2월 중 이사회를 열어 공정하게 배분하고 있다.

연방 정부에 비영리단체로 등록돼 기탁자들에게 세금공제 혜택이 주어지며 ‘KEF’를 통해 모든 절차가 투명하고 공명 정대하게 집행되고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