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유명관광지인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 있는 허름한 필리핀식 식당이 ‘요식업계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해 화제다.

제임스 비어드 재단은 20일 오전 시애틀 ‘오리엔탈 마트’에 ‘아메리카 클래식상’(America’s Classics)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이 상은 지역 사회 특성을 반영한 양질의 음식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는 레스토랑에게 주어진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비어드 상은 유명 요리사이자 요리 연구가였던 제임스 비어드(1903~1985)를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된 상이다.

매년 미 전역 2만여 레스토랑과 소속 요리사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최종 수상자가 선정된다. 이로 인해 ‘요식업계의 아카데미’, ‘식당의 노벨상’이란 별명이 붙어있기도 하다.

시애틀지역 한인 요리사인 레이첼 양씨도 제임스비어드 서북미지역 최고 요리사 후보에 자주 오르고 있다.

이 같은 상을 수상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오리엔탈 마트 요리사인 레일라 로사스는 “벽에 구멍이 뚫려 있을 만큼 소박한 식당에 이처럼 큰 영광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겨우 18자리를 갖추고 있는 오리엔탈 마트는 보통 레스토랑들의 전형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식당을 홍보하는 웹 사이트도 없고, 정해진 메뉴도 없다. 그날 그날 요리사의 마음에 따라 5~7개의 다른 아이템으로 메뉴가 짜여진다.

로사스는“매일 똑같은 요리를 하는 것에 싫증이 나지 않도록 원하는 것을 이것 저것 섞기를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이 식당 대표 메뉴는 연어 목살로 만든 필리핀식 ‘타마린드 사우어 스프’이며 여름철에는 필리핀 출신의 크루즈 직원들에게 특히 사랑받는다는 ‘돼지고기 찌개’등이 유명하다.

1971년 필리핀 출신 마일로 아포스톨이 식료품점으로 시작해 ‘마트’라는 이름이 붙은 ‘오리엔탈 마트’는 몇 년 뒤 전통적인 필리핀 요리에 초점을 맞춘 식당으로 확장했다.

현재 89세인 창업주 아포스톨은 여름에만 일을 하고, 대부분의 가게 경영은 요리를 담당하는 로사스와 소매업을 하는 조이 모리 등 두 딸에게 맡기고 있다.

로사스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의 가장 좋은 점은 재료를 사기 위해 5피트 이상 걸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며 “생선 장수들이 매일 아침 싱싱한 생선을 갖다 주고, 채소도 이웃 노점에서 산다”고 말했다.

오리엔탈 마트가 이번 수상으로 또다시 유명세를 타게 됐지만 시애틀 사람들이 로사스의 타마린드 스프를 맛보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로사스는 매년 그렇듯 2월에 레스토랑 문을 닫고 필리핀으로 휴가를 떠난다. 식당은 4월 1일 다시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