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당신은 어둠 속에서 세상을 밝혀주는 등대”

2020-02-19 (수)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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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강영우 박사 장학재단 후원자 감사 행사, ‘신앙심 바탕으로 장애인 권익 대변’ 뜻 기려

“당신은 어둠 속에서 세상을 밝혀주는 등대”

강영우 장학재단 후원자 감사의 밤 행사에서 석은옥(앞줄 가운데)와 참석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당신은 어둠 속에서 세상을 밝혀주는 등대”

고 강영우 박사.



한인 시각장애인으로서 최초로 백악관 차관보를 지낸 고 강영우 박사는 신실한 기독교 신앙을 바탕으로 장애인 권익 대변에 앞장서 온 미주 한인사회의 선구자적 인물이다.

14세때 사고로 시력을 상실한 강 박사는 연세대를 졸업한 후 피츠버그대로 유학을 와 교육학으로 한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박사가 됐고 지난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의 임명으로 연방상원 인준을 거쳐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역임했다.


또 유엔 세계 장애위원회 부의장으로 일했고, 소아마비의 신체적 결함을 극복하고 경제 회복, 유엔 창설 등 업적을 남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기리기 위해 설립된 루스벨트 재단 고문을 지냈다.

강 박사는 백악관 정책차관보로 6년동안 일하면서 미국의 5,400만 장애인을 대변하는 직무를 수행했고 장애인의 사회 통합, 자립, 권리를 증진시키는데 기여했다.

지난 2012년 별세한 강 박사는 췌장암이 발견돼 투병하면서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 받은 삶을 살아 온 제가 이렇게 주변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작별인사를 할 시간을 허락 받아 감사하다”며 지인들에 작별 편지를 보내고 국제로터리 재단 평화센터 평화장학금으로 25만 달러를 기부해 감동을 주기도 했다.

고인이 타계한 뒤 미국과 한국에서 시각장애인들의 자립과 교육을 후원하기 위한 강영우 장학재단이 설립됐다.

고인의 부인 석은옥 여사가 이사장을 맡아 이끌고 있는 강영우 장학재단의 후원자 감사의 밤 행사가 지난 13일 조지메이슨 도서관에서 열렸다.

석은옥 이사장은 “여러분들이 어둠 속에서 세상을 밝혀주는 등대”라며 “시력을 잃고 절망하는 맹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여러분들의 헌신은 감동과 기쁨”이라고 환영사를 전했다. 이어 송진근 한산건설대표를 비롯해 50여 후원자들에게 감사장과 상품을 전달했다.

장학재단 설립 때부터 후원자로 참여해온 전종준 변호사는 “작은 정성으로 함께 하는 여러분들이 희망의 전도사”라고 축사를 전했으며, 수잔 오 재정이사도 “아름다운 사람들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고 말했다.


강영우 장학재단은 지난해 6명의 시각장애인에게 장학금을 전달했으며 뉴저지 시각장애인 컨벤션 참가지원, 한미장애인협회, 밀알선교회 등을 지원했다.

이날 행사에는 강영우 박사의 장남인 폴 강 안과의사도 참석해 최고 시력을 의미하는 2.0/2.0과 2020년의 의미를 담아 2,020달러의 후원금을 전달했으며 김영란 하프, 조정애 색소폰, MD글로리아 크로마하프단, 박현숙 하모니카 등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석 이사장은 “장학회는 십시일반으로 후원해주는 한인들의 도움이 크다”며 “공부하고 싶어하는 시각장애인을 장학금으로 후원해 제2의 강영우 박사로 키우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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