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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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애벌레를 집으로 데려와 돌봄 서비스…개미는 ‘공생의 왕’

2020-02-19 (수) 김기경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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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딱정벌레·파리·귀뚜라미 등 다른 생물과 동거하며 핵심종 역할…뿔개미 등 한반도에 128종 분포

▶ 이종간 공생 이유 규명 안 됐지만 교역 활발해지며 대륙간 이동도
생물종은 얽히고설킨 구조, 다양성 보전 위해 개미 연구 절실

나비 애벌레를 집으로 데려와 돌봄 서비스…개미는 ‘공생의 왕’

공생관계인 한국홍가슴개미와 담흑부전나비.

나비 애벌레를 집으로 데려와 돌봄 서비스…개미는 ‘공생의 왕’

곰개미와 개미꽃등에 애벌레.


나비 애벌레를 집으로 데려와 돌봄 서비스…개미는 ‘공생의 왕’

두마디개미류와 배나무동글밑진딧물.


나비 애벌레를 집으로 데려와 돌봄 서비스…개미는 ‘공생의 왕’

뿔개미와 개미집귀뚜라미.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관계 속에서 살아가며, 그것 없이는 삶의 의미가 없다는 말일 것입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생물도 이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단순한 먹이사슬을 넘어 얽히고설킨 종간의 관계를 개미의 세계를 통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생물의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깃대종(flagship species)과 핵심종(Keystone species)은 무엇이며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깃대종은 1993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생물다양성 국가 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생태계에 분포하는 여러 종 가운데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종 또는 중요해서 보호할 필요가 있는 생물종을 뜻합니다. 깃대종은 생태계에서 직접적 영향을 주는 핵심종일 수 있고, 또는 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종일 수도 있지요. 그래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시베리아호랑이 등이 있는가 하면 강원 홍천군의 열목어, 충남 청양군의 수리부엉이, 덕유산의 반딧불이 등 깃대종입니다. 생물다양성에 간접적 영향을 주거나 상징적인 깃대종과 달리, 핵심종은 생태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칩니다. 핵심종의 멸종에 따라 편리공생을 했던 종들은 그 지역에서 모두 멸종의 길로 갈 수 있습니다.


부전나비와 뿔개미의 공생

한 예로, 점박이푸른부전나비의 일종인 부전나비와 뿔개미에 대해 30여 년간 연구한 영국의 그레이엄 엘름스란 사람이 있습니다. 영국 국립육상생태연구소 소장을 지낸 그는 이 연구에서 뿔개미가 토끼ㆍ양ㆍ소들이 뜯어 먹어 풀의 크기가 짧은 초원을 선호하고, 점박이부전나비의 애벌레를 개미집으로 가져와서 번데기가 될 때까지 키운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점박이푸른부전나비가 애벌레 시기일 때 뿔개미에게 친근한 폐르몬을 발산하고 아미노산이 풍부한 분비물을 먹이로 제공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초지 환경의 변화는 뿔개미의 분포에 영향을 미치고, 뿔개미의 분포에 따라 부전나비의 밀도나 서식지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줬습니다. 뿔개미는 부전나비의 핵심종 역할을 하지만 뿔개미의 분포에 영향을 주는 초지의 변화는 초식성 동물인 토끼나 양 등에 의해서 그 지역의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이죠.

벌의 무리에 속하는 개미는 머리, 가슴, 배로 뚜렷이 구분되며 가슴과 배 사이에 배자루마디가 있습니다. 같은 종이라도 여왕개미, 일개미, 수개미 3가지 계급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역할 또한 다릅니다. 개미는 무리를 이뤄 사회생활을 하는 곤충으로, 같은 종에서도 개체에 따라 병정개미와 일개미로 구분합니다. 어떤 종은 분포 지역 간 지리적 변이가 있습니다. 개미는 1만5,000종 이상이 지구상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개미들은 일시적 사회 기생을 하는 종(Formica 속, Lasius 속 등), 노예사냥을 하는 종(Polyergus 속), 종별 단독 생활하는 종들이 있습니다. 식물의 가지나 줄기 또는 뿌리에 의존해서 서식하는 종(Camponotus 속, Crematogaster 속, Lasius 속 등) 등 다양한 형태의 생활상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개미들의 주요 분포지는 바닷가 평지에서 높은 산까지 고도별로 다양합니다. 습지 주변, 건조한 지역, 농지, 울창한 숲 속이나 숲과 농경지의 가장자리 등 서로 다른 환경에서도 다양한 종이 살아갑니다. 대부분 종간 먹이 경쟁은 하지 않지만, 종종 다른 서식공간을 가지고 있는 같은 종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다른 생물과 공생하는 개미는 ‘핵심종’

이런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살아가는 많은 종들은 단일 종의 개체군으로 생존하기보다는 이종 간에 서로 협력을 하거나 다른 종을 사육하면서 살아가기도 합니다. 개미들은 최소 6,500만년 이상 생존하면서 이종 간에 함께 살아가는 공생이라는 협력 방법을 터득하고 깃대종으로서 역할을 합니다. 개미 중 활동성이 많은 특정 종들은 이종간 공생을 하지 않고 개체군을 번영시켰으나 일부 활동력이 적은 종들은 나무껍데기, 토양 속 좁은 공간, 낙엽층 또는 썩어가는 통나무 속에서 지금까지 생존해 왔습니다.

한반도에 개미는 128종(국립생물자원관 2018 국가생물다양성 통계자료집)이 분포합니다. 대부분의 개미가 다른 생물과 공동생활을 하면서 핵심종 역할을 합니다. 개미와 함께 살아가는 종으로는 딱정벌레목의 반날개, 나비목의 부전나비, 벌목의 고치벌, 파리목의 기생파리, 매미목의 진딧물, 좀목 등이 있습니다. 어느 하나가 필요로 한 편리공생인지, 아니면 서로 도움을 받는 상리공생인지는 공생종의 생태적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여왕개미는 종종 다른 종의 여왕개미를 공격해 개미집 전체를 약탈하거나, 특정 개미가 다른 종의 개미집을 공격해 고치나 애벌레를 약탈하여 일개미를 노예로 이용합니다. 기생파리는 개미의 배 부분이나 특정 부위에 산란해 종을 번식시키고, 딱정벌레나 파리의 등에, 나방(곡식좀나방과, Ippa conspersa) 등은 개미집으로 유입과정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개미집에서 공생합니다.

국가 간의 교역량이 증가하면서 대륙 간 생물종의 이동이 빈번해 지는 추세입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됐던 붉은불개미(Solenopsis invicta)가 부산항, 평택항 등에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 종의 크기는 2.5~6㎜이며 개미과의 두마디개미아과(Myrmicinae)의 열마디개미속(Genus Solenopsis)입니다. 이 종은 남아메리카 원산으로 사람의 이동에 따라 북미, 유럽, 아시아지역으로 이동해 각 지역의 생물다양성에 많은 영향을 준 종입니다. 이 불개미는 번식력이 강하고 천적이 없어 토착개미, 파충류, 소형 포유류를 집단 공격해 생태계를 교란하는 대표적인 개미로 꼽힙니다.


생물다양성보존 위해 개미 연구 필요

‘한반도의 나비’(자연과생태, 백문기)에 보면 개미류와 함께 사회적 기생(social parasitism)을 하는 나비는 17종이며, 개미는 21종이 연관돼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전나비는 79종(2018 국가생물다양성 통계자료집, 국립생물자원관)이 분포합니다. 이것으로 볼 때 애벌레 시기에 대부분의 부전나비가 개미와 공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물다양성보전 및 부전나비의 복원을 위해 관련 개미 분야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인 쌍고리부전나비는 암먹부전나비, 푸른부전나비, 범부전나비와 함께 마쓰무라밑드리개미와 공생을 합니다. 풀개미속 고동털개미(Lasius japonicus)는 남방부전나비, 암먹부전나비, 푸른부전나비, 산푸른부전나비, 벚나무까마귀부전나비, 부전나비, 붉은띠귤빛부전나비, 금강산귤빛부전나비, 범부전나비와 공생을 합니다. 점박이푸른부전나비 4종은 모두 뿔개미 5종과 운명을 함께 합니다.

멸종위기종인 쌍꼬리부전나비의 분포와 밀도를 결정하는 것은 핵심종인 마쓰무라밑드리개미로 주로 죽은 나뭇가지에 있는 딱정벌레의 헌 집을 활용해 땅속보다 나무에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쌍꼬리부전나비의 증식 복원을 위해서는 개미가 살기 좋은 숲이 유지돼야 합니다. 개미의 서식지 밀도가 증가하면서 쌍꼬리부전나비의 개체 수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연 1회 여름에 쌍꼬리부전나비 성충을 볼 수 있고, 이때 소나무, 신갈나무, 노간주나무 등에 산란합니다. 공생종인 개미가 서식처로 특정 수종을 선호하지 않다 보니 쌍꼬리부전나비의 산란 장소도 다양할 수 있습니다. 마쓰무라밑드리개미는 쌍꼬리부전나비의 애벌레를 물고 개미집으로 들어가거나 애벌레가 직접 들어가기도 합니다(한국나비생태도감, 김성수). 부전나비 애벌레는 이듬해 5월경까지 개미집 안에서 개미들이 주는 먹이를 먹거나 개미들의 애벌레를 잡아먹기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쌍꼬리부전나비는 마쓰무라밑드리개미가 분포하는 곳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이외에 점박이푸른부전나비들이 뿔개미들과 공생관계를 보이며, 회령푸른부전나비, 작은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는 주름개미와 공생을 합니다. 뿔개미들은 대부분 북방계 생물 종으로서 기후변화에 따라 남방한계선 북쪽으로의 이동은 공생종인 점박이부전나비류의 서식지 및 개체 수 감소를 나타냅니다. 푸른부전나비, 범부전나비 등 일부 종들은 주름개미, 곰개미, 고동털개미 등 다양한 개미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개미 21종은 부전나비 17종의 핵심종으로 생물다양성 보전 및 개체군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종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비의 복원 성공사례로는 여러 종들이 있지만, 울산광역시에서 태화강변에 추진한 꼬리명주나비의 복원사업은 핵심종인 기주식물을 이용한 예가 됩니다.

생물다양성 보존은 친구 종까지 이뤄져야

개미와 개미의 관계에서 곰개미(Formica japonica)와 사무라이개미(Polyergus samurai)는 한 집에서 상호 의존적으로 협력하며 잘 살아갑니다. 다만 서로의 역할이 다릅니다. 곰개미는 집을 수리하거나 애벌레를 돌보고 먹을 것을 확보합니다. 사무라이개미는 주변의 다른 곰개미 집에서 고치나 애벌레를 약탈해 오는 일들을 합니다. 곰개미는 다른 이종과 함께 살 수 있지만 대부분 단일 종과 살아갑니다. 그러나 사무라이개미는 주변에 항상 핵심종인 곰개미가 존재해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사무라이개미는 그들만의 전략으로 곰개미를 공격하고 곰개미의 애벌레나 고치를 약탈해서 종족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무라이개미의 생존은 곰개미의 분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왜 한 집에서 이종 간에 상호 의존적으로 살아가는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일부 진딧물과 개미의 관계에서 개미는 진딧물을 다른 적으로부터 보호하거나 진딧물에서 나오는 물질을 먹이로 이용합니다. 일부 개미종은 함께 이동을 하거나 이사를 할 때 진딧물과 이사해서 사육합니다. 또는 외부의 영향을 덜 받게 하려고 나무통의 껍질을 흙이나, 식물 조각 등으로 살아있는 나무의 껍질 부분에 터널을 만들거나 땅속 뿌리 근처로 진딧물을 이동시켜 뿌리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생물 분야의 분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같은 집에 서로 다른 종들이 함께 살아가는 종 정보들이 축적되고 있습니다. 개미와 개미, 개미와 벌, 개미와 귀뚜라미, 개미와 나방, 개미와 파리 등의 관계에서 대부분 개미가 핵심종 역할을 합니다. 개미가 생물다양성 보전 측면에서 핵심종 역할을 하지만 개미들도 상대 생물 종에 개미애벌레를 희생하는 등 많은 부분을 보전해 주려고 노력하는 셈이지요. 특히 개미와 함께 사는 공생종은 먹을 것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부족할 때 개미집의 개미애벌레를 잡아먹습니다. 이런 불균형 속에서도 개미들은 오랫동안 상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왔습니다.

목화진딧물, 아카시아진딧물, 조팝나무진딧물처럼 수십 종의 식물들을 먹고 살아 생존에 유리한 경우도 있지만, 두릅쌍꼬리진딧물, 붉나무소리진딧물처럼 2~3종의 식물만 먹고 살아 생존에 불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인위적 환경 변화나 기후변화로 인해 생물 종의 개체 수 감소 등 다양성 변화가 나타날 때 상호 관련된 종들은 조만간 멸종의 길에 접어들 수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은 한 종의 문제가 아닌 각 종들이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이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이죠. 이를 이해해야 생물을 보전할 수 있고 또 복원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생물 보전을 위해 취한 대부분의 연구는 목적하는 생물종의 서식지나 생물적 특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지만 한 종의 완벽한 생물 보전을 위해서는 그 종이 공생하는 친구 생물의 성질까지 이해하고 복원하는 처방 방법이 필요합니다.

<김기경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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