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주 ‘로맨스 사기’극성

2020-02-1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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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BI 조사결과, 전국 6번째로 많은 주로 평가돼

▶ 온라인으로 결혼이나 연애 빙자해 돈 뜯어내

워싱턴주 ‘로맨스 사기’극성
부인과 사별한 뒤 시애틀에서 살다 워싱턴주 스포캔으로 이주해 혼자 살고 있는 존 루이스(82) 할아버지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으로 친구 요청을 해온 한 여성과 친구를 맺었다.

페이스북 프로필에 아름다운 얼굴이 올려져 있는 이 여성은 자신을 “예멘에서 근무중인 37세의 여성 군인”이라고 소개한 뒤 루이스 할아버지에게 접근했다.

외로움에 지쳐 있던 루이스는 “젊고 아름다운 분이 나 같은 늙은 할아버지와 만나고 싶어하느냐”고 물었더니 이 여성은 “사람과의 관계나 사랑은 나이가 아니라 진실된 마음과 정직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달콤한 말에 속은 루이스 할아버지는 마치 연인처럼 대화를 이어가다 그녀가 스포캔을 방문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녀는 “예멘에서 나오려면 유엔으로부터 ‘긴급 휴가’를 받아야 하고 스포캔까지 가야하는데 5,500달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루이스 할아버지는 은행으로 찾아가 돈을 입금하려 하자 은행직원이 “사기 같다”며 돈을 보내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 같은 사정을 설명하자 이 여성은 “당신은 나를 더 믿냐, 은행 여직원 말을 믿느냐”며 흐느꼈고, 결국 루이스 할아버지는 2,500달러를 송금했다.

루이스 할아버지는 “당시에는 젊은 여성과 사귀는데 2,500달러 정도는 투자해도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돈을 날리고 지금 생각해보니 이 사람이 남성이었는지, 여성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루이스 할아버지처럼 워싱턴주에서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결혼이나 연애를 빙자해 돈을 뜯기는 일명 ‘로맨스 사기’가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연방수사국(FBI)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워싱턴주는 지난해 전국에서 6번째로 많은 ‘로맨스 사기’가 발생한 곳으로 나타났다.


FBI에 따르면 ‘로맨스 사기’의 주요 피해자는 40세에서 69세가 많지만 70세가 넘어간 고령자들도 종종 피해를 보고 있다.

자신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한 여성은 지난해 모두 5번의 ‘로맨스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두 명의 남편과 사별을 한 뒤 외로움에 허덕이던 이 여성은 SNS로 접근해 온 남성들에게 사기 피해를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여성은 “유명 데이팅 웹사이트인 ‘엘리트 싱글스(Elite Singles)’나 ‘실버 싱글스(Silver Singles)’ 등에는 이 같이 외로운 여성을 사기 대상으로 삼으려는 남성이 득실거린다”며 “한 사기범은 2만 달러를 사기 친 뒤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나에게 사기범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피해 여성은 “로맨스를 할 사람은 직접 만나야 하고 만약 연락을 주고 받은지 얼마 안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는 남성은 주의해야 한다”며 “또 돈이나 고가의 물품을 요구하는 사람은 절대로 신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소비자보호센터(BBB)에 따르면 ‘로맨스 스캠’피해자들은 지난해 평균 2만 3,000달러의 사기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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