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난해부터 ‘캐시 아웃’ 재융자 큰 인기

2020-01-1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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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물가 상승으로 현금 필요성 커져

지난해부터 ‘캐시 아웃’ 재융자 큰 인기

지난해부터 ‘캐시 아웃’ 재융자 발급이 크게 늘고 있다. [AP]

지난해 ‘캐시 아웃’(Cash Out) 재융자 발급이 크게 늘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해마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주택 보유자들의 목돈이 한결 수월해진 것이다. 그러나 과거 캐시 아웃 재융자에 적용된 것보다 높은 이자율이 적용돼 자칫 연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캐시 아웃 재융자는 기존 모기지를 낮은 이자율로 재융하면서 주택 에퀴티 중 일부를 담보로 현금 대출을 받는 재융자 방식이다. 현금이 필요한 주택 보유자들이 활용하는 재융자로 크레딧 카드 대출 상환, 주택 리모델링 비용 마련 등의 용도로 주로 사용된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모기지 정보 업체 ‘블랙나이트’(Black Knight)의 자료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2018년 발급된 캐시 아웃 재융자 중 약 60%가 과거 대비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았다. 지난해 발급된 캐시 아웃 재융자 중 높은 이자율이 적용된 비율은 약 44%로 조금 낮아졌지만 2009년과 2017년 평균 비율보다 약 3배나 높은 수준이다. 주택 가격이 사상 최장기간 상승을 이어가면서 주택 에퀴티 역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쌓여가고 있다. 주택 보유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캐시 아웃 재융자나 주택 담보 대출을 통해 필요한 현금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몇년전까지도 담보 대출을 꺼리는 경향이 뚜려했다.

무분별한 주택 담보 대출 발급이 과거 금융 위기의 주범이라는 교훈때문에 그동안 담보 대출을 멀리하는 주택 보유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물가 상승 등으로 현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캐시 아웃 재융자와 주택 담보 대출 시장을 찾는 주택 보유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모기지 대출 기관 샌디 뱅크의 샘 폴란드 융자 담당자는 “다양한 이유로 현금을 필요로하는 주택 보유자들이 비교적 높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담보 대출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추세”라고 월스트리트 저널과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모기지 시장 조사 기관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재융자 발급 규모는 무려 약 7,000억 달러로 금융 위기 발생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중 캐시 아웃 재융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 인사이드 모기지 파이낸스의 설명이다.

최근 발급된 캐시 아웃 재융자에 적용된 이자율은 2012년~2016년(2014년 제외) 당시 이자율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은 침체된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 주도의 저금리 정책이 유지돼 주택 구입 붐이 일었던 시기다. 블랙 나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에 캐시 아웃 재융자를 실시한 주택 보유자 중 약 39%가 2012년~2016년 주택 구입자에 해당된다.

달라스에 주택을 보유한 폴 톰슨도 그중 한명이다. 2015년 4%의 모기지 이자율을 적용받아 투자용 주택을 구입한 톰슨은 약 4년 뒤인 지난해 12월 기존 이자율보다 높은 약 4.625%로 재융자하면서 약 3만 달러를 캐시 아웃 방식을 통해 대출받았다. 톰슨은 대출받은 현금으로 리모델링을 실시한 뒤 부모님을 모실 계획이다. 톰슨의 재융자를 담당한 캘리버 홈 론 측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간 톰슨의 경우처럼 캐시 아웃 재융자 발급 비율이 전체 중 약 30%를 차지하는데 이자율이 훨씬 높은 크레딧 카드 대출을 갚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과거 주택 보유자들이 캐시 아웃 재융자를 ‘현금 인출기’처럼 사용했던 행태가 다시 나타날까봐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까지 캐시 아웃 재융자 발급 규모는 과거 금융 위기와 비교해 아직 현저하게 낮기 때문에 아직까지 크게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캐시 아웃 재융자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또 다른 목돈 마련 수단이 ‘주택 담보 신용 대출’(HELOC)에 적용되는 이자율보다 훨신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재융자에 적용되는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과 주택 담보 신용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율 간격은 무려 약 3% 포인트로 1992년 이후 가장 큰 차이로 벌어졌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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