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가족이면 737맥스 안태운다”

2020-01-1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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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잉 직원들이 나눈 100페이지 분량 문서 파문

▶ “원숭이가 감독하고 광대들이 설계했다”조롱도

“내 가족이면 737맥스 안태운다”
지난 2018년과 2019년 연달라 추락해 전세계적으로 운항정지를 당한 보잉 737맥스 기종에 대해 직원들조차 규제당국인 연방항공청(FAA) 심사가 부실하다고 여기며 조롱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보잉 직원들은 “737맥스에 가족은 안태우겠다”고 말하는 등 이 기종의 안전에 의문을 제기했던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은 9일 보잉 직원들이 737맥스와 관련해 주고받았던 대화나 메시지 등을 담아 연방 의회에 제출했던 100페이지 분량의 문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보잉 직원들은 이 문서에서 ‘FAA의 항공기ㆍ조종사훈련 심사가 부실하다’고 인식했으며 또한 이 문서에선 보잉이 원하는 대로 승인을 받으려고 FAA를 상대로 로비를 동원한 정황이 드러났다.

맥스 기종은 2018년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에 이어 이듬해인 지난 2019년 3월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항공기가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등 탑승자 346명 전원이 희생됐다.

현재까지 사고 원인 조사 결과, 737맥스 기종의 자동 조종 프로그램에 결함이 있었고, 조종사들에게 이러한 결함을 숙지시키지 못해 기체가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문서를 보면 보잉의 한 직원은 2017년 4월 맥스 기종의 조종 프로그램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는 메신저 대화에서 “이 기종을 설계한 건 광대들이고, 그 광대를 감독하는 건 원숭이들이지”라고 꼬집기도 했다.

‘감독하는 원숭이들’은 다름 아닌 항공 규제당국 FAA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에 한 직원은 동료에게 “맥스 시뮬레이터(시뮬레이션 훈련 프로그램)훈련을 받은 (조종사가 탄) 비행기에 네 가족을 태우겠어? 나는 안 그러겠다”고 말하자 다른 직원도 “아니다”라고 대답해 ‘737맥스 기종에는 태우지 않겠다’라는 의미의 답을 했다.

맥스 조종사 교육용 시뮬레이터가 미흡한데도 FAA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또 다른 직원은 FAA를 상대로 한 업무에 관해 말하면서 “내가 지난해 사실을 숨긴 일은 아직도 하나님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종의 양심고백을 한 셈이다.


2015년에 작성된 직원의 글에는 보잉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훈련 시뮬레이터를 승인받으려고 FAA를 상대로 적극적인 로비를 펼친 정황도 나타나 있다.

이 직원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매우 강력하게 밀어붙일 계획이며 아마도 최종 협상 시점에 (보잉) 최고위층에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잉은 당국과 의회의 자료 요구에 일부분을 가린 형태로 제출했으나, 지난달 전체를 볼 수 있는 형태로 다시 내놓으면서 직원들이 당국을 조롱한 내용이 새롭게 공개됐다.

연방 하원 교통위원회 피터 드파지오 위원장은 이번에 드러난 보잉 직원의 소통 내용과 관련, “보잉이 규제 당국, 승무원, 항공 이용객들의 감시를 피하려고 적극적으로 애쓴 것을 충격적으로 묘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잉은 시뮬레이터에 관한 의문이 제기됐을 당시 여러 차례 시험을 시행했으며 그에 따라 맥스 시뮬레이터는 효과적으로 작동한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었다.

보잉은 또 규제 당국에 대한 조롱성 표현에 대해 “회사의 실제와 추구하는 바를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서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면서 보잉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자 보잉은 10일 “이같은 직원들의 대화내용이 공개된 것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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