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샘 조 한국어로 취임선서했다

2020-01-08 (수)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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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최초로 시애틀항만청 커미셔너 공식 취임

▶ “4년 임기동안 킹 카운티 발전 위해 최선”

샘 조 한국어로 취임선서했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벨뷰 시장 출신의 유대인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돼 ‘돌풍의 주인공’이 됐던 한인 2세 샘 조(한국명 조세현ㆍ29) 시애틀항만청 커미셔너가 공식 취임식에서 한국어 선서를 해 화제다. 미국에서 선거를 통해 공직에 입문한 한인이 한국어 선서를 하기는 역사상 처음이다.

조 커미셔너는 7일 낮 시애틀 항만청에서 시애틀지역 주요 경제단체 관계자는 물론이고 한인 등 모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취임식을 갖고 4년간의 임기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 취임식에서 가장 첫 순서로 스테파니 바우만 커미셔너 위원장에게 영어로 선서를 했다. 시애틀항만청 커미셔너 위원장은 이날 취임식 이후 열린 첫 회의에서 바우만에서 피터 스타인부렉으로 교체됐다.


영어 선서에 이어 조 커미셔너는 자신의 어머니인 조경희씨에게 “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법의 규정에 따라 충실하고 공평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워싱턴주와 미국 헌법에 따라 공평하고 엄숙하게 일을 하겠다”고 한국어로 선서를 했다.

이 같은 한국어 선서에 대해 참석자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의 박수를 보냈고, 시애틀타임스 등 주류 언론도 한국어 선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조 커미셔너는 시애틀항만청 역사상 최연소 당선자이고 한인으론 최초이자 아시안으로서는 두번째 커미셔너가 됐다. 또한 현재 5명인 커미셔너 가운데 유일한 소수민족이다.

이 같은 다양한 기록에다 한국어 선서 등이 더해지면서 이날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찾은 한인들은 너무 감격해했다.

워싱턴주 상무장관과 시애틀시의원, 게이츠재단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마사 최씨와 변호사로 킹 카운티 수석 참모장을 지낸 양성준씨, 이수잔ㆍ홍윤선 시애틀한인회 회장 및 이사장, 줄리 강ㆍ에리카 정ㆍ정효순ㆍ피터 권ㆍ에릭 이씨 등 한인단체나 기관 관계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워싱턴주 한인사회에서 인구가 250만에 달하는 킹 카운티 전체를 상대로 하는 선거에서 한인이 승리한 것은 샘 조가 처음”이라며 “한인의 자랑인 조 커미셔너가 앞으로 커미셔너를 넘어 미국에서 한인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시애틀항만청 커미셔너는 현안이 있을 때마다 모여 정책을 토의하고 결정하는 파트타임 직책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13번째로 인구가 많은 킹 카운티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선출직인데다 업무 성격이나 정계 구도상 위치가 남다르다.


시애틀 항만청 커미셔너들은 북미에서 7번째로 큰 항구인 시애틀항과 미국에서 10번째 규모인 시택공항, 크루즈선 관리 등의 업무를 총괄하며 시애틀항만청장을 결정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태어났는데도 한국어와 영어가 완벽하며 특히 연설을 잘한다는 평을 듣고 있는 조 커미셔너는 이날 취임식 연설과 인터뷰 등에서 “킹 카운티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성장하고 있는 지역 가운데 한 곳”이라며 “앞으로 킹 카운티가 발전하고 번영할 수 있도록 항만청의 이익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또한 “30여년전 시애틀항만청(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이민을 왔던 이민자 아들이 이제는 항만청을 관리하는 커미셔너가 됐다”면서 시애틀과 미국의 발전이 이민과 다양성 등에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조 커미셔너는 앞으로 5년간 항만청이 집행하게 되는 65억 달러의 투자 일부가 소수민족 등에게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도 약속해왔다.

올해 서른 살이 되는 조 커미셔너는 이번 시애틀항만청 커미셔너로서의 경험을 충분히 쌓으며 선출직으로 상원의원 등 연방 정부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를 위해 차곡차곡 준비를 해왔다.

시애틀에서 태어난 2세인데도 시애틀ㆍ벨뷰통합한국학교를 다니면서 한국어를 익혀 영어와 한국어가 완벽하다. 이로 인해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행사에서는 한국어로 연설을 할 정도이다.

또한 워싱턴DC 아메리칸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후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정치 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치며 정치인으로 준비를 해왔다.

대학 졸업 후 연방 국무부에서 분석가로, 석사과정을 마친 뒤에는 민주당의 애미 베라 연방 하원의원 보좌관을 거쳐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 백악관 행정부 차관 특별보좌관을 맡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에는 고향인 시애틀로 돌아와 한국 등 아시아와 무역을 하는 ‘세븐 시스 엑스포트’(Seven Seas Export)란 무역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그는 당선 이후 이 회사를 처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치적 경험 등을 쌓으면서도 한인사회 봉사도 열심이다. 올해부터 워싱턴주 한미연합회(KAC) 회장을 맡았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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