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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사별의 아픔 속에 맞는 Holidays

2019-1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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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여년 전 남편과 함께 꿈의 날개를 펴며 미국 땅을 밟았다.

힘들고 어려웠던 유학시절의 혼돈과 작고 큰 기적속에서 각각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 따뜻했던 작년 봄에는 추억의 마지막 사진 여행을 함께 보내며, 우리는 은퇴를 앞둔 행복한 노년의 꿈을 펼쳐가는 부부가 되었다. 하지만 그 여름 갑자기 남편은 먼저 천국으로 떠났다. 저녁 산보 길에 꼭 잡아주던 따뜻한 손이 더욱 그리워지면서, 다정하고 자상했던 남편이 더 이상 이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가슴으로는 도저히 받아지지가 않았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정확한 때에 오랬동안 연락이 끊겼던 후배를 만났다. 그녀는 미국교회에서 운영하는 사별 가정회복 모임으로(GreifShare) 나를 인도했다. 함께 참가했던 사별을 체험한 많은 분들과의 따뜻하고 솔직한 나눔의 시간 속에 실타래 같이 가슴 깊이 뭉쳐있던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들의 답을 하나씩 마음에 담아 넣기 시작했다. 서러움의 눈물이 아닌 감사의 눈물로 웃을 수 있었다.


이로부터 3개월 후에는 이 소중한 프로그램을 북가주뉴비전교회에 한국어로 접목할 수 있게 되었다. 13주 동안의 영상과 교재 공부, 그리고 귀한 나눔의 시간 속에 많은 분들이 나의 체험과 비슷하게 변화하는 밝은 모습을 보게 되었다. 마지막 모임은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준비해야 옛 추억의 소용돌이 속에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나누었다.

사랑하는 분을 잃은 후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는 그분과의 행복했던 기억들을 더욱 애절하게 떠올리게 되는 피할수 없는 아픔의 계절이 될 수 있다. 기억속에 떠오르는 그 계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힘들어 할 뿐만 아니라, 잊혀진 기억들도 가족들이 함께하는 소소한 전통 속에서 시청각 또한 후각을 통하여도 되살아날 수 있다.

추억의 아픔속에 쉽게 갇혀 보낼수도 있는 이 기간에 가식적으로 아픔을 덮어 두거나 둔화시키려할 때, 우리의 아픔은 스스로 헤쳐 나오기 어려운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우리는 옛 추억뿐만 아니라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절실한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또 다른 사별의 고통을 겪게된다.

이제 며칠후에 다가올 크리스마스나 새해를 어떻게 잘 극복해나가며, 새로운 추억으로 채워 나갈수있을까 신중히 생각해보게 된다. 마음으로 미리 준비해 나가며 먼저 떠나신 분을 좋은 추억과 함께 오래도록 간직해 드릴수있다.

모든것을 옛날과 꼭같이하면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받을수있다. 예전과 다르게 하려는 마음때문에 생기는 죄의식의 감정을 해결하고, 당신이 원할 때에는 언제라도 계획을 바꿔도 된다는 자유로움으로 맞이하면된다. 또한 다른사람들이 떠나 가신분에대하여 이야기하기를 꺼려 할때는 먼저 사랑하는 분에대하여 편하게 이야기를 시작함으로, 나 자신이 그 지침을 정하는 분위기로 바꿀수도있다. 자신이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을 때에는, 묻는분이 당황하지 않게 그분에게 질문의 초점을 바꾸어서 다시 여쭤 봄으로 “Exit or Excuse Plan” 을 세워 놓는 것도 모임 자체를 회피하지 않게 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될수있다.

상실의 회복에서 치유되는 시간은 서로 다르지만, 다른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면서 아픔에대한 생각에서 잠시떠나보는것도 한 방법이 될수있다. 나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우며, 슬픔의 아픔을 수평적인 각도인 세상적방법으로 잠시 풀어보려는 것보다는, 수직적인 방법으로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며 더 잘 견디어 나갈 수있다. 내가 갖지 못했던 것에 초점을 맞추며 후회하며 살았다면, 내가 가졌던 작고 큰 축복들을 헤아리며 감사하면서,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고난 받으셨던분의 홀리데이가 Christmas 라는 것을 기억하며, 그 의미에 감사하면서 기쁘게 맞을수 있지않을까?

주위에 슬픔의 아픔속에서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을 만나게되면, 그리프쉐어웹사이트나www.griefshare.org 또는 한국어로 내년 1월 24일 저녁 6:45분에 시작하는 뉴비전교회 www.newvisionchurch.org(408-719-0000)를 소개해 주기 바랍니다.

.이글은 본보에 오랫동안 칼럼을 쓰시다가 지난2018년 8월 별세한 폴 손(손석보)의 아내되는 손명화(Jeannie Sohn)씨가 보내 온것이다. 손명화씨는 밀피타스 뉴비전교회에서 사별가정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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