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0년, 바이어↑ + 매물↓= 구입 경쟁 심화

2019-12-12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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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래 없던 주택 구입 경쟁 다시 격화될 것

2020년, 바이어↑ + 매물↓= 구입 경쟁 심화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이 내년 주택 시장이 과열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AP]

2020년, 바이어↑ + 매물↓= 구입 경쟁 심화

내년 매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돼 극심한 주택 구입 경쟁이 우려된다. 사진은 오픈 하우스 방문자 모습. [AP]



내년에도 내 집 마련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과 높은 주택 수요로 주택 구입 경쟁이 수년래 다시 최고조를 이룰 전망이다. 부동산 중개 업체 레드핀은 최근 내년도 주택 시장 전망을 내놓고 2018년 하반기에 시작된 정체 현상이 끝나고 내년부터 주택 구입 경쟁이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음은 레드핀이 예측한 내년도 주택 시장 동향이다.

■ 구입 경쟁 재점화


낮은 모기지 이자율이 내년에도 지속되면서 주택 구입 수요를 자극할 전망이다. 반면 한 집에 오래 거주하려는 ‘스테이 풋’(Stay Put) 트렌드와 신규 주택 공급 부족으로 주택 매물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된다. 내년도 주택 매물 공급은 과거 5년 평균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떨어질 수도 있어 한동안 뜸했던 매물 품귀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도 있다.

‘수요 증가, 매물 부족’ 현상은 주택 구입 경쟁을 의미한다. 내년 1분기 최근 몇 년간 보지 못했던 극심한 구입 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오퍼 10건 당 1건 수준이었던 ‘복수 오퍼’ 현상이 내년에는 오퍼 4건 당 1건으로 매우 심화될 전망이다.

구입 경쟁이 심화되면 내년 상반기 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최고 약 6%나 급등할 수 있다. 약 2%에 불과했던 올해 상반기 주택 가격 상승률에 비해 내년도 가격 상승폭 전망은 무려 3배에 달한다. 신규 주택과 재판매 주택 매물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내년 하반기에 가격 상승 폭이 약 3%대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 이자율 약 3.8%대

올해 모기지 이자율은 소폭의 등락만 거듭하면 1년 내내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주택 구입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내년에 평균 약 3.8%대를 유지하며 그동안 관망세를 유지했던 주택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반적인 경제 성장 둔화로 ‘연방 준비 제도’(Fed)가 기준 금리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할 전망으로 모기지 이자율 급등 가능성도 낮다. 주택 시장 부문이 강한 성장세를 보이더라도 제조업 부문 부진으로 이자율이 갑자기 오를 전망은 높지 않다. 경제가 예상보다 부진하더라도 모기지 이자율은 3.5%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반대로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일 경우에도 4.1%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히스패닉 주택 보유자 ‘에퀴티 풍년’


앞으로 히스패닉계 주택 보유자들의 에퀴티 풍년이 예상된다. 향후 10년간 히스패닉 계 주택 보유자들의 주택 에퀴티 증가폭이 백인을 앞지를 전망이다. 최근 히스패닉 계에 의한 주택 구입이 크게 늘고 있는데 히스패닉 계에 의한 주요 주택 구입지의 주택 가격이 백인 밀집 지역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히스패닉 계의 주택 구입 활동이 전국에서 가장 활발한 주는 텍사스 주다. 텍사스 주 여러 도시의 주택 가격은 LA나 샌프란시스코에서 유입된 주택 구입 수요로 인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히스패닉 계 주택 보유자의 주택 에퀴티 상승은 히스패닉 커뮤니티 경제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에퀴티를 활용, 창업에 나서거나 자녀 학자금을 마련하는 히스패닉 계 주택 보유자들이 증가할 전망이다.

■ ‘기후 변화’ 주택 시장 변수

낮은 이자율에 따른 수요 증가로 내년 주택 시장이 밝지만 한 가지 변수가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최근 잦아진 자연재해가 주택 시장에 어떻에 영향을 미칠지가 관건이다. 산불과 홍수 등 이미 올해 전국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주택 보험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태다.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택 구입자들은 이미 주택 보험료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는 주택 구입 결정을 아예 취소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자연재해 다발 지역의 경우 향후 10년간 주택 보험료 급등으로 인해 주택 구입 사정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자연재해 규모가 큰 지역은 주택 보험사의 보험 가입 거절로 모기지 대출을 받지 못해 주택 구입이 아예 불가능할 것으로 우려된다.

■ 주택 구입자 남동부로 몰린다

서부와 북동부의 비싼 집값을 피해 많이 몰려가는 지역이 바로 남동부다. 남동부 지역 중에서도 찰스턴과 샬럿과 같은 도시에 주택 구입 관심이 급등하고 있다. 레드핀이 자체 웹사이트 방문자 조회 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찰스턴 지역으로 이사하기 위한 매물 조회 수는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약 104%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샬럿 매물 조회 수는 약 44% 증가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샬럿 캠퍼스에 약 2,3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차량 제조업체 볼보가 찰스턴에 수천 개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타주 주택 구입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두 도시는 천혜의 바닷가 환경과 국제공항 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대기업 직원, 은퇴자 들로부터 주택 구입지로 사랑받고 있다.

■ 차 없는 거리 늘어난다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차 없는 거리를 지정하는 도시가 증가할 전망이다.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내년부터 마켓 스트리트 구간을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뉴욕시의 경우 2021년부터 도심 일부 구간에 진입하는 차량들을 대상으로 요금을 부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심 지역 차량 통행량이 감소하면 도보 친화적인 환경을 선호하는 주민들에 의해 도심 지역 주택 구입이 증가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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