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공회의소사태 ‘반면교사’ 삼아야

2019-12-11 (수) 황양준 기자
크게 작게

▶ 정관 문제ㆍ전임 회장단 역할 등 고민해야

▶ “상공회의소 서로 화합해 재도약 이뤄야”

차기 회장 선출 문제로 임원진이 일괄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 사태를 놓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회계문제나 단체 운영, 혹은 회장 선출 등을 놓고 늘 갈등과 마찰의 소지를 안고 있는 한인단체들의 입장에선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문제가 될 만한 소지 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워싱턴주 한인상공회의소 사태를 촉발한 1차적인 원인은 명확하지 않은 정관에 있었다. 상공회의소는 지난 연말 총회 등에서 이뤄진 정관 개정 작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긴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에 대한 정관이 불분명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상공회의소 선관위는 5명으로 구성되도록 돼있는데 집행부와 이사회측에서 한 명씩을 추천하고, 나머지 3명은 회원이라고 돼있어 누가 추천할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었다. 이로 인해 김행숙 회장은 통상적으로 회원 관리를 하는 회장이 추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케이 전 이사장측은 서로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맞서야 했다.

이로 인해 선관위 구성을 놓고 초반부터 양측이 갈등을 겪어야 했고, 결국은 선관위가 해산되면서 정관에도 없는 전임 회장단으로 선관위가 구성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또한 선거일정에 대한 정관 해석도 문제였다. 선관위는 “선거등록은 12월 8일로 이미 공고 명시되었으며 선거일 20일전이라 함은 공고가 나간 이후에는 그 이전 날짜 언제든지 등록을 할 수 있으며 마감일인 12월 8일 오후 5시 이전까지는 등록할 수 있음을 말한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김 회장측은 “선거 등록은 ‘선거일 20일전’이라고 명시한 것도 해당 날짜만을 의미하며 만일 선관위 주장대로 하려면 정관에서 ‘선거일 20일이전’으로 돼있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선관위은 또 “마감 이전 날짜에 등록한 후보자에 대한 기사가 언론에 공개되었으며, 이 사실은 선관위의 공고가 아닌 기사로 게재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김 회장측은 “후보 등록 마감이 끝난 뒤 공개를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정이 위원이 지난 29일 먼저 후보 등록을 한 케이 전 후보 등록 사실을 언론에 알려 특정 후보 편을 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놓고 전임 회장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상공회의소뿐 아니라 한인회 등 한인 단체에서 전임 회장들이 후원 역할을 자임하고 갈등 조정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전임 회장단이 특정 세력을 편들거나 자신들의 해결 방식만을 고집하다 공격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

이번 상공회의소 사태에서도 보듯 선관위는 위원 구성이나 활동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김행숙 회장과 주디 문 부회장측은 선관위원 자격 문제 자체를 거론하고 나섰다.

선관위는 이번 당선 공고를 하면서 “선관위원 가운데 고봉식, 종 데므론, 이수잔 위원이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를 하게 돼 긴급전직회장단 (한상회) 모임으로 회의를 통해 정현아, 서영기, 홍윤선씨 등 3명을 보충해 선관위 업무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게 돼 선관위 운영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측은 정정이ㆍ김승애ㆍ강석동 위원은 특정 후보의 편들기나 공정성을 유지할 수 없는 의혹 등이 있다며 위원 자격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김회장 등 임원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사임을 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내놓았지만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거나 다툴 의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공회의소 전임 회장단이나 신임 집행부는 이번 사태로 상공회의소에 등을 돌린 세텩들에 대해서도 포용해야 하는 짐을 지게 됐다.

<황양준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