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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불교를 만나고 불교수행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외할머니 덕분이었습니다. 외할머니는 시민선방에 다니시며 늘 ‘이 무엇고’ 화두를 들고 사셨습니다. 염불하듯 늘 “이 무엇고?”를 하시며, 녹음기로 큰스님 법문을 틀어 놓으셨습니다. 억센 경상도 사투리에 녹음 상태도 좋지 않아 암호 풀듯 이해해야 하는 법문을 아침에도 듣고 자기 전에도 들으셨지요. 외할머니와 방을 같이 쓰던 내게는 훈습의 효과가 엄청 컸습니다. 어린 시절 나는 한옥 마당에 있는 들마루에서 별을 보며 잠들곤 했습니다. 나의 내면에서 무한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궁구가 시작된 것은 그때부터였지요.”
불교학자 강명희 박사의 저서 ‘마음을 다스리는 12가지 명상’에 나오는 작가의 말 첫머리다. 이어 “1980년 대학에 들어가면서 문제의식이 생겼”고 “알고 있던 사실, 지식, 사회, 이념이 학습된 것이고 진실이 아니라는 것에 눈뜨면서부터 속이 편하지 않았”다는 저자는 “궁극의 진리를 알고 싶어 결국 출가를 결심”했으나 “어머니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불심 강한 어머니가 출가를 적극 반대했으니,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모순”으로 느끼는 가운데서 “붓다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깨달음을 향한 간절한 소망으로 불교 교학에 마음을 쏟았”다는 그는 “수행의 핵심적 이치들이 머리로는 정리되고 이해되었지만 심정적으로는 체득되지 않았”기에 “진리를, 이 세계를, 이 마음을” 찾아 선지식을 찾고 수행처를 전전하며 “이 심리를 보아야 진정한 수행이구나! 꿈틀대는 심리를 보고 또 보는 것이 불교의 위빠사나구나! 보고 또 보는 과정이 사마타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술회한다.
“어떤 길로 가도, 어떤 수행으로 가도 그 한길이 근원에 이르게 함”을 알리고 싶어서, “하나의 길만 정도正道가 아니라, 모든 길이 한 길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리고 싶어서, 한달에 한번 한가지 수행법을 일년치로 묶는 형식으로 정리한 역작이 ‘마음을 다스리는 12가지 명상’이다.
△수행이란 무엇인가 △1문 몸관찰 - 몸을 통해 마음 관찰하기 △2문 부정관 - 몸관찰하며 몸을 부정하기 ... △11문 수식관 - 숨을 쉬면서 숨에 집중하기 △12문 자비관 - 나를 맑게 하여 남에게 사랑 주기 등 순서로 엮인 이 책이 조계종 총무원과 불교출판문화협회가 선정하는 ‘2019년 올해의 불서 10 및 불교출판문화상’ 대상으로 선정됐다.
숭유억불 조선시대 세조(수양대군) 5년에 편찬된 부처님 일대기 월인석보(月印釋譜) 25권 중 첫권을 국어학자 정진원 박사가 현대국어로 옮기고 해설을 붙인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와 숲연구의 대가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가 조계총림 송광사의 숲을 텍스트로 삼아 사찰의 성쇠와 지속가능성을 산림자원 측면에서 고찰한 책 ‘송광사 사찰숲’이 올해의 불서 우수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열반종요’(원효 지음/박태원 옮김)는 수향번역상에, ‘백곡 처능, 조선불교 철폐에 맞서다’(자현 스님 지음/ 총무원장 원행 스님 감수)는 다북학술상에 각각 선정됐다. ‘박범훈의 불교음악여행’(박범훈 지음) ‘벼리는 불교가 궁금해’(변택주 지음) ‘불교인문주의자의 경전읽기’(일지 스님 지음) ‘영산재’(법현 스님 지음) ‘처음 만난 관무량수경’(김호성 지음)도 올해의 불서 열권 목록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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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