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전짜리 방물

2019-12-04 (수) 이애숙/ 뉴욕시문학회원·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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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짜르르 따르르
새벽 4시
수레바퀴 소리를 헤쳐놓은
병들의 부대낌 소리에 실눈 떤다

파란 노란 초록 무색 병들의 속삭임
다르게 태어나 얘기할 것도 많다
재활용 표판에
다음 세상 희망을 나누는지
새벽 공기를 흩날리며 뿌옇게 피어나는 여명
5전짜리 소리
수레 위의 부푼 비닐 방울
운명의 그림자 삼키며
희미한 아침빛에
설렁거리는 방울들의
짜르르 따르르....

아픔 넘어선 짤랑 소리
5전짜리의 희망
주머니 안에서 몇 번이나
이리저리 굴려보았을까
손녀의 과자 웃음
손자의 옥수수 웃음
주름진 손의 슬픈 기억을 휘휘 저으며
그의 얼굴에 피어나는 안개꽃

모든 이들의 아침이다 !

<이애숙/ 뉴욕시문학회원·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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