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경 인물삽화 중국 고대인물로 바꿔라”

2019-11-28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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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정부 명령…유교 혼합 왜곡

중국 정부가 성경에 나오는 인물 삽화를 중국 고대 인물로 교체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 중국 종교 탄압 실상을 알리는 인터넷 매체 ‘비터 윈터’(Bitter Winter)에 따르면 중국풍으로 개조된 성경 인물은 올해 초부터 ‘중국 삼자 애국운동위원회’(National Committee of the Three-Self Patriotic Movement)와 ‘중국 기독교 위원회(China Christian Council)’가 발간하는 월간지 ‘헤븐리 윈드’(Heavenly Wind)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월간지는 예수님이 중국 지역을 배경으로 고대 중국인들에게 설교하는 모습을 삽화로 담았다. 비터 윈터 측은 “가톨릭과 초기 선교사들이 행했던 ‘고유 문화 적용’보다 훨씬 도가 지나친 움직임”이라고 비판했다. 월간지에는 또 마리아가 중국 고대 여성인 것처럼 묘사됐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이 중국 한나라 시대의 전통 복장과 머리 모양을 하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행하는 모습까지 버젓이 등장했다.

칭하이 지역의 70대 기독교 주민은 “중국 공산당 정부는 외래 신을 믿으면 안되고 서구 문화를 배척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해왔다”라며 “그러나 예수님과 제자들이 중국 사람으로 변형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라고 비터 윈터 측과 인터뷰에서 유감을 표했다. 이 노인은 또 “마리아가 중국 고대 여성처럼 머리를 묶은 모습은 기괴하기까지 했다”라며 혀를 찼다.


중국 정부가 성경 내용을 중국화 하려는 시도는 단순히 성경 인물 모습을 변형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헤븐리 윈드 7월 호는 성경 구절과 중국 유교 철학자 주보루의 가르침을 비교하는 도표까지 등장시켜 성경 왜곡을 시도했다. ‘이웃을 업신 여기는 자는 죄를 범하는 자요 빈곤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는 자니라’라는 잠언 14장 21절 내용을 ‘부자와 권력자를 시기하는 것만큼 수치스러운 것이 없고 가난한 사람을 무시하는 것만큼 천박한 것은 없다’라는 주보루의 가르침과 비슷하다고 월간지에 소개됐다.

지난 9월에는 중국 정부 관리가 위저우 지역 삼자 교회 목사에게 설교 내용에 유교 가르침을 포함시키라고 명령한 일도 있었다. 6월에는 청도에 위치한 여러 교회에서 중국 당국 종교국의 명령에 의해 일반 찬송 대신 ‘중국은 아름답다, 중국은 위대하다. 중국의 아들, 딸은 중국을 사랑한다. 주님, 중국을 축복하소서.’라는 내용의 애국심이 고취된 찬송을 불러야 하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국제 종교 탄압 감시 기구 ‘오픈 도어 USA’(Open Door USA)에 의하면 중국은 기독교 탄압 국가 27위에 올라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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