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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사랑의 휠체어 텐샨산맥을 넘다

2019-11-28 (목) 황용식 / 작은나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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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사랑의 휠체어 텐샨산맥을 넘다

사랑의 휠체어 전달을 위해 가는 길에 텐샨산맥의 고갯마루에 선 황용식 이사장 부부

텐샨(천산)산맥은 길이가 2,000킬로미터, 7첩의 넓이가 400킬로미터에 이르는 큰 산맥이다. 높이가 7,000미터가 넘는 고봉도 있고 5,000미터 이상 산들이 많이 늘어서 있다. 산중턱 아래로 안개나 구름이 자주 끼어있어 만년설이 덮힌 산이 마치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아 천산이라고 하며, 백산 혹은 설산이라고도 불린다. 텐샨산맥에 있는 키르기즈스탄(키르)이라는 나라는 산악국가 혹은 고원국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듬성듬성 몇몇개의 도시에 인구가 집중해 있고 그 사이의 들판과 고원에는 목(동)자들이 옛날 방식 그대로 양, 소, 말을 치고 있다. 마나스라고 하는 전설적인 장수를 숭상하여 그에 대한 서사시를 며칠씩 쉬지 않고 암송하는 사람들을 마나스치라고 하여 한국의 판소리 인간문화재처럼 대우한다. 1년 국민소득이 1천달러 정도 되는 가난한 나라로 대부분의 사람이 이슬람교를 믿고 있다.

그 키르의 가난한 장애인들에게 사랑의 휠체어 260대를 전달하였다. 작년에는 터키의 구호단체에서 100대의 휠체어를 키르에 기증했다고 한다. 사랑의 휠체어 보내기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이민자들이 모금한 기금으로 휠체어를 구입하여 가난한 나라의 장애인에게 무상으로 보내는 나눔 운동이다. 지난 2002년 이래 16년동안 계속되어왔고 금년으로 누적 기증 휠체어가 2,994대에 이른다.


세상에는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번 키르 휠체어 전달과정에서 김명희 선교사라는 치과의사를 만났다. 그가 내게 말했다. 나눌 것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 아니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라고. 나눔 그것은 마음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키르의 노동복지부 청사에서 휠체어를 나누어 주는 행사를 할 때였다. 장관이 감사의 말을 할 때 멀찌감치에 예닐곱살난 장애아를 안고 있는 비쩍 마른 아버지가 보였다. 사내아이였는데 어찌나 팔다리를 나부대는지 아빠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손짓으로 앞으로 오라 하여 휠체어에 앉혔더니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보이고 아빠는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를 주무를 수 있었다.

탈라스 시청 광장에서 휠체어 분배식을 할 때 한 엄마가 수령자 가족 대표로 나와 감사의 인사말을 했다. 자기 딸이 17세난 장애인인데 지금껏 마음대로 밖에 나올 수가 없었는데 이제 휠체어를 타고 함께 밖을 산책할 수가 있게 되었다고 했다. 울먹이던 그 엄마의 음성이 휠체어를 기증한 사람들에게 고맙다 라고, 키르의 말이 번역되어 들리는 것 같았다.

아라샨 병원에서 휠체어를 받아 처음 휠체어에 앉은 열살 정도의 빨간모자 장애아는 자꾸만 돌아가는 입의 침을 닦으며 “땡큐”라고 영어로 말했다.

안고 있던 아이를 휠체어에 앉힌 아빠의 안도함과, 17살 장애 딸과 빨리 산책을 하고 싶은 엄마의 고마워하는 마음, 그리고 힘들게 만들어내는 “땡큐”라는 감사의 마음은 이 휠체어 전달을 가능하게 한 미국 여러 곳의 기증자에게 전해졌으면 한다. 휠체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260명 휠체어 수령자와 그 가족들의 ‘고마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돌아왔다. 휠체어를 전달한 것처럼 가지고 온 휠체어 수령자들의 ‘고마워하는 마음’과 웃는 모습을 나눔을 기쁨으로 여기는 기증자들에게 전달하여 드린다.

<황용식 / 작은나눔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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