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재외공관·지상사 면접관 성희롱 여전

2019-11-26 (화) 07:18:06 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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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여자들이 좋아해주면 좋겠다…” “임신 계획은?”

농담으로 했어도
상대가 수치심 느꼈다면
소송으로 이어질수도

#한국 대학원 석사 출신인 A씨는 지난 달 미 동부지역 재외공관의 ‘재외선거 신고 및 신청 접수요원 모집’공고를 본 뒤 응시해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채용담당 영사의 부적절한 질문으로 수치심을 느꼈다. 이 채용 담당자는 A씨에게 남편의 직업과 자녀의 수, 그리고 자녀의 등하교 라이드 문제 등 직무와 무관한 질문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 담당자는 또 나이가 있는 어른들과의 사교성을 장점으로 답한 A씨에게 “나도 젊은 여자들이 좋아해 주면 좋겠지만 아줌마들한테 인기가 많다. 그래서 아쉽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했다. A씨는 “오랜 이민 생활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로 의욕이 넘쳤는데 채용자 입에서 그런 말을 들으니 자책의 한숨이 나왔다”며 “재외선거관은 농담처럼 웃으면서 말했지만 대답할 가치를 못 느껴서 답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학생으로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7년 간 직장생활하고 지난해 결혼 후 직장을 그만뒀던 B씨도 최근 중부지역의 한 지상사 면접에 나갔다가 당황스러운 발언을 들어야 했다.


면접관이 “언제 임신할 계획인가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마친 뒤 퇴사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등 성차별적 질문을 한 것이다. 특히 이 면접관은 인터뷰가 끝난 뒤 B씨에게 “상사가 이번에는 원어민 한인남성을 뽑으라고 지시했다”며 “다음 기회에 다시 지원해 달라”고 말하며 곧바로 탈락을 통보했다. B씨는 “남성 면접관이 갑자기 직무와 무관한 출산 계획을 묻는데 너무 당황스럽고 수치심을 느꼈다”며 “한국에서 면접 중 성희롱이나 성차별이 있다는 말은 뉴스를 통해 접해 본 적이 있었지만 미국에서까지 이런 일이 존재하는 줄 몰랐다. 실제 경험해 보니 매우 당혹스럽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내 한인 기업과 자상사 등은 물론 재외공관에서까지 여전히 성희롱과 성차별 성 발언 및 행동 등 부적절한 행위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이어지고 있어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한인노동법 변호사들은 한인사회에서 직장 내 성희롱 및 성차별 문제는 인식의 문제로 업무와 관련 없는 언사를 했을 때 농담이라도 상대방이 성적인 수치심을 느낄 경우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에드워드 정 변호사는 “성희롱 이슈는 가해자보다는 피해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성희롱의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다분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이에 대한 의식을 갖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뉴저지주에 위치한 한국의 대형 제과업체 P사의 미주동부 본사에서 근무하던 한인 여성 윤모씨가 지난 2016년 임신 당시 직장상사로부터 ‘거기에 자궁을 심었다’는 등의 성희롱적인 발언과 함께 해고 위협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었다.<본보 2월21일자 A1면>

현재 뉴욕시에서는 15인 이상의 직원을 둔 사업주는 오는 12월31일 이전에 성희롱 방지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최고 25만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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