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탭비 30달러로, I-1000은 부결

2019-11-06 (수)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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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탭비 30달러로, I-1000은 부결

주민발의안 I-1000과 주민청원안 R-88을 지지해온 ‘WA 공정성’ 단체 대표인 한인 김혜옥 전 시애틀 부시장이 5일 지지자들과 함께 심각한 표정으로 첫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팀 아이만 주도 I-976 56% 찬성으로 통과 확실시

소수계 우대정책 I-1000(R-88)은 박빙 속 반대 많아


지난 5일 실시된 워싱턴주 선거에서 최대 관심사였던 ‘카탭비 30달러’(I-976)과 소수우대정책(I-1000)을 놓고 희비가 교차했다. 민주당 등 진보세력은 환경이나 교통난 등을 감안해 I-976 반대, 모든 사람이 공평한 기회를 갖다며 I-1000에 찬성 입장을 보여왔지만 현재까지 개표결과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셈이다.

우선 차량 한 대당 100달러 내외를 내고 있는 워싱턴주 카탭비를 30달러로 복귀하자는 I-976은 사실상 통과가 확실시된다.

선거일 다음날인 6일 새벽까지 개표 결과, 카탭비를 30달러롤 하자는 안에 55.76%인 56만6,593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44만9,588명(44.24%)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앞으로 추가적인 개표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이미 찬반이 11% 포인트가 난 만큼 현재 결과를 뒤집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종적으로 I-976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워싱턴주 차량 카탭비는 일률적으로 한 대당 30달러가 된다.

I-976은 주민발의안 전문가인 팀 아이만이 주도를 했지만 시애틀시의회를 포함해 정부기관은 물론 대기업, 환경단체 등은 이를 반대해왔다. 카탭비를 30달러로 낮출 경우 교통이나 환경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교통난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대기환경오염 등이 늘어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도 지구환경 및 교통난 해소 등을 위해 I-976 반대 캠페인에 각각 65만달러와 5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특히 시애틀지역을 경전철로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사운드 트랜짓은 관련 예산 삭감이 불가피해 경전철 사업의 재원 확보에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카탭비가 줄어들더라도 공공기관 입장에서 교통이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또 다른 세금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젊은 층이나 민주당 지지세력이 많은 킹 카운티에서는 I-976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카운티 주민들은 당장 카탭비가 줄어드는 쪽에 손을 들어줬다.

I-976과 함께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I-1000도 현재까지 반대 입장이 많아 향후 추가적인 개표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한인 단체인 한미연합회 워싱턴주지부(KAC-WA)는 물론 시애틀부시장 출신인 김혜옥씨 등은 이 법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주도해왔다.

I-1000은 워싱턴주에서 소수민족이나 여성 등 소수계를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을 되살리는 법안으로 올해 초 워싱턴주 의회에서 통과됐다.

워싱턴주에서는 지난 1998년 주민투표에서 주정부의 차별정책을 금지하면서도 동시에 인종ㆍ성별ㆍ피부색ㆍ민족 등을 근거로 특정인, 또는 특정 그룹을 우대할 수 없도록 규정한 I-200이 통과되면서 일명 ‘소수계 우대정책’이 사라졌다.

이로 인해 한인을 포함한 소수계 업주들은 종전처럼 공공사업을 하청받지 못해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봤고 소수민족 학생들도 대학 진학에 불공평한 대우를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같은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I-200를 무력화하고 소수계를 우대하는 주민발의안 I-1000이 추진됐고, 결국 올해 통과됐다. 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자 이를 다시 주민들에게 투표를 통해 물어보자는 주민청원(Referendum) R-88이 이번 투표에 상정됐고, 첫날 개표결과 승인(Yes) 48.23%, 부결(no)가 51.77%로 나타났다. 김혜옥씨 등은 “앞으로 개표에서는 승인쪽의 표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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