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작은 것을 드릴 뿐인데 큰 행복이 돌아와”

2019-11-05 (화) 준 최 객원 기자
크게 작게

▶ 남가주 새누리교회서 ‘밀알의 밤’행사

▶ ‘기부 천사’션·이분척추증 강라언 양 초청, 간증과 찬양 무대…‘나누는 삶’ 의미 새겨

“작은 것을 드릴 뿐인데 큰 행복이 돌아와”

2일 남가주 새누리교회(담임 목사 박성근)에서 열린 밀알의 밤 행사에서 힙합 가수 션이 ‘나눔’을 주제로 간증하고 있다. 뒤편 배너 사진은 행사에 초청된 강라언양. 희귀 질환 이분 척추증을 갖고 태어났지만 재활 치료에 성공한 강양은 이날 무대에서 어머니와 함께 찬양곡 ‘고백’을 불렀다. [한진탁 인턴기자]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Present)이 바로 ‘선물’(Present)입니다. 누군가에게 선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합니다”. 밀알 선교단이 주최하는 2019년 밀알의 밤 행사가 지난 주말 남가주 3개 교회에서 각각 열렸다. 밀알 장애인 장학 복지 기금 마련을 목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이번 행사에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기부 천사’로 알려진 힙합 가수 션이 초청돼 나눔을 주제로 한 간증과 열띤 공연을 펼쳤다.

2일 남가주 새누리 교회(담임 목사 박성근)에 열린 행사는 ‘지저스 온리 밴드’의 찬양으로 시작됐다. 오프닝 찬양에 이어 타인종 회원 등이 포함된 밀알 수어 찬양단이 무대에 올라 ‘시편 139편’을 수어로 찬양,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올해 밀알의 밤 행사에는 션 외에도 이분 척추증이란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강라언양이 초청돼 그간 살아온 기적적인 재활의 삶을 참석자들과 함께 나눴다.

이분 척추증은 미국에서는 1,000명 중 약 1~2명, 아시아계의 경우 10만 명 중 약 1~2명에게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다. 라언양의 삶을 소개하는 영상에서 어머니 강미배씨는 “‘평생 걷지 못할 것’, ‘재활 치료 가능성도 전혀 없다’라는 의사들의 말에 ‘왜 나에게 이런 일이?’란 절망감에 빠졌다”라며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적셨다.


강성근 목사도 “뇌에 고인 물을 제거하기 위한 호스를 삽입하고 하루에도 3번씩 소변을 받아내야 했다”라며 “‘하지만 하나님이 보내신 아이인 라언이를 통해서 반드시 하실 일이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버텼다”라고 힘들었던 재활 치료 시절을 이야기했다.
보조기에 의지해 한발, 두발 떼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불쑥 성장해 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야구를 하는 라언양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배경으로 라언양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무대로 등장했다. 라언양은 어머니 강미배씨와 함께 찬양곡 ‘고백’을 부르며 재활 치료 성공을 몸소 간증하는 무대를 선사했다.

이어 이날 행사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션이 무대에 오르자 예배당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션은 먼저 참석자들에게 자신에 대해 궁금한 점에 대해 물어봐 달라며 참석자들과 거리 좁히기에 나섰다.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션은 나눔의 삶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배우 정혜영과 2004년 결혼한 션은 결혼식 다음날 아내에게 하루에 만 원씩 1년간 모아서 기부하자고 제안했고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고 한다.

결혼 1주년이 되는 날 션과 정혜영 부부는 한국 청량리에서 노숙자에게 식사 제공을 하는 기독교 사회 복지 단체 다일 공동체(일명 ‘밥퍼 공동체’)를 찾아가 1년간 모은 365만원을 전달하고 봉사를 하고 왔다. “작은 것을 드렸지만 큰 행복을 가지고 돌아온다”라는 아내 정혜영의 말에 부부의 기부의 삶이 시작됐다.

구호단체 한국 컴패션을 통해 그간 후원해온 아동을 만나기 위해 필리핀을 다녀온 뒤 부부의 삶은 다시 한번 바뀌었다. 후원 아동의 비참한 주거 환경을 눈으로 직접 보고 온 정혜영은 ‘내 집’ 마련을 위해 열심히 모은 돈을 100명의 후원 아동을 위해 기부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후 션과 정혜영은 컴패션을 통해 필리핀, 아이티, 북한, 우간다,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 불우 아동 약 1,000명을 후원하고 있다고 션이 간증을 통해 밝혔다. 션은 “우리가 지금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값진 선물”이라며 “감사의 마음으로 선물의 삶을 살아가자”라며 참석자들에게 기부의 삶에 동참하기도 했다.

션은 기부를 주제로 한 간증 순서가 끝난 뒤 힙합 가수로 돌아와 지누션 시절 큰 인기를 받았던 ‘전화번호’, ‘A-Yo’, ‘오빠차’ 등의 노래를 부르며 숙연했던 행사장을 금세 흥분의 도가니로 바꿔 놓았다. 이날 션의 공연에는 한국 인기 TV 프로그램 판타스틱 듀오 2 지누션 편에 출연했던 최은혜씨가 션과 함께 무대에 올라 지누션의 인기곡 ‘하우 딥 이즈 유어 러브’과 복음 성가 등을 열창하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밀알의 밤 행사는 ANC 온누리 교회(1일)와 남가주 사랑의 교회(3일)에서도 각각 개최됐다.

<준 최 객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