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보잉 CEO 물러나라”

2019-10-31 (목)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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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맥스 참사 의회 청문회서 잇따라 요구

뮬렌버그 CEO는 ‘사퇴 거부’


지난해와 올해 발생한 보잉 737맥스 참사와 관련해 데니스 뮬렌버그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사퇴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미 언론들은 뮬렌버그 CEO가 지난 30일 연방 의회와 참사 유가족으로부터 잇따라 사퇴를 요구받았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날 연방 하원 교통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사퇴 요구를 받았는지, 혹은 사퇴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잇단 질문에 “없다”고 대답했다.

보잉 737 맥스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여객기와 올해 3월 에티오피아 항공 여객기가 잇따라 추락하면서 탑승자 346명 전원 사망이라는 비극을 낳았다. 이 기종은 현재 세계 40여개국에서 운항이 금지된 상태이며 연방 항공청(FAA)이 언제 운항 재개를 허가할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전날인 지난 29일 상원 청문회에 이어 30일 하원 청문회에서도 분노한 미국 연방 의원들은 보잉 737맥스의 설계ㆍ마케팅과 관련해 뮬렌버그 CEO를 강하게 질타하며 비난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번 참사의 원인 가운데는 보잉이 안전보다는 수익을 우선시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뮬렌버그가 지난해 1,300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포함해 모두 2,340만 달러의 연봉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뮬렌버그 CEO는 회장직까지 겸임을 해왔으나 이달 초 이사회에서 회장직을 내려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비난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이날 청문회에서 “지금 알고 있는 사실을 당시에도 알았더라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첫 번째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직후 해당 기종의 운항을 금지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들 사고는 내 관리 하에서 일어났으며 책임을 느낀다”면서 “우리는 배우고 있으며 여전히 배울 게 많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원칙적인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이에 대해 헤수스 가르시아 연방 하원의원은 “당신은 항공기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을 수 있다. 그 경우 엄청난 무능과 나태를 보여준다. 그게 아니라면 결함이 있는 항공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장에 밀어낸 것”이라며 “어느 쪽이든 분명한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가르시아 의원은 “당신은 배의 선장이다. 조직의 나태와 무능, 혹은 부정은 위에서 시작되며 그게 바로 당신”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당신이 사임할 때”라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들도 잇따라 그에게 사퇴할 것을 종용했다.

그러나 뮬렌버그 CEO는 추락 사고와 관련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어린 시절 아이오와 농장에서 터득한 가치관대로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사가 최악의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그의 이러한 태도에 방청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졌다.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 사고로 딸을 잃은 나디아 밀러런은 청문회 직후 뮬렌버그에게 다가가 “자꾸 아이오와 이야기를 하는데 모두들 ‘아이오와로 돌아가라’, ‘농장으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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