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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스칸달론의 예방

2019-10-17 (목) 박상근 목사 /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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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달론은 익명성과 은밀성을 생명으로 합니다. 은밀성과 익명성이 유지되는 한 스칸달론의 덫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익명성과 은밀성을 깨뜨리지 않으면 비극은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익명성과 은밀성을 깨뜨릴 것인가?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다루기 쉽지 않은 주제인 것만은 분명해보입니다. 다만 짧은 소견을 나누고자합니다.

먼저 가능하다면 가장 믿을 수 있는 신앙 멘토에게 자신의 형편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으로 익명성과 은밀성은 깨어지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멘토가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성숙한 하나님의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멘토와 함께 기도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칠고 힘든 목회 사역에서 힘들고 어려울 때 자기의 아픔을 나눌 수 있는 멘토가 한 명도 없다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목회자에게 가장 좋은 인생의 멘토는 자신의 아내입니다. 아내에게 자신의 형편을 나눌 수 있다면 무엇보다 희망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목회자와 사모의 관계가 기계적으로 멘토와 멘티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함께 고난을 헤쳐 나가며 신뢰가 쌓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부간에 비밀이 없어야 합니다. 아내에게 비밀로 하는 만남이라면 차 한 잔의 만남도 안 되는 것입니다. 아내에게 말하기 껄끄러운 비밀이 있다면 이미 문제가 심각한 것입니다.

만약 아내에게 스칸달론을 고백할 수 있다면 가장 확실하게 익명성과 은밀성을 깨뜨릴 수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내에게 스칸달론의 불편함을 얘기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전의 정지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칫하면 더 큰 파국을 불러올 수도 있고 가정이 깨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약 50개국에서 온 오백여명의 사람들이 전문적인 영성 훈련을 받던 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그 중에 한국인들이 백여 명 있었고 몇 쌍의 목회자들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한국인 전도사의 부인이 부엌칼을 들고 남편을 죽이겠다고 분노에 차서 학교를 뛰어다녔습니다. 그 남편 전도사는 자신의 간사 댁에 숨어 있었고 간사님은 그 부인에게 남편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하여 위기를 넘겼습니다. 그 부인이 그렇게 분노했던 이유는 남편 전도사님이 프로그램 중에 자신이 외도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고백했기 때문입니다. 신뢰관계가 전혀 되지 않았고 상황을 알지 못했던 부인이 격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그 과정을 통해서 스칸달론의 덫에서 완벽하고 확실하게 벗어날 수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후 그들은 서로를 용서하고 더 의미 있는 삶을 이루었습니다.

그동안 목회자와 스칸달론이라는 몹시 다루기 힘든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목적은 오로지 하나였습니다. 스칸달론의 위험성을 알고 예방하는 것, 그리고 지금 스칸달론의 덫에 걸려 있는 분들이 혹시라도 있다면 그 덫에서 벗어나서 자유하게 하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스칸달론의 비극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고 그 결과는 너무나 파괴적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을 한 번 정리해보았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보호와 위로가 우리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기도드립니다.

<박상근 목사 /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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