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독교 탄압] 십계명 떼고 시진핑 연설문

2019-09-26 (목)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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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삼자 교회마저 감시…시 신격화 박차

[기독교 탄압] 십계명 떼고 시진핑 연설문

지난 7월 7일 리아오 치앙, 펑란, 런 루이팅(오른쪽부터)이 대만 타이페이 한 교회에서 묵도하고 있다. 이들은 6월말 중국 정부 기관의 7개월 간에 걸친 교회 감시과 구금을 견디지 못해 대만으로 탈출했다. 지난해 12월 중국 내 교회가 폐쇄된 이후 이들이 공식적으로 주일 예배를 드린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AP]

중국 일부 지역 교회에서 십계명이 철거되고 대신 시진핑 국가 주석의 연설문이 걸리고 있다고 기독교 매체 크리스천투데이가 보도했다.

크리스천투데이가 중국 내 종교의 자유 및 인권 현황을 알리기 위해 창간된 온라인 매거진 ‘비터 윈터’(Bitter Winter)의 조사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낙양 시에 일부 지역의 모든 삼자 교회의 십계명이 시진핑 주석이 2015년 실시한 중국 통일 전선부 연설문 중 일부로 교체됐다.

교체된 연설문 중에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와 중국 문화가 중국 내 다양한 종교에 스며들 것이다’, ‘서구 사상이 침투하지 못하도록 단호히 대항하고 극단주의 사상의 영향에 의식적으로 저항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종교 사상과 원리를 해석하고 가르칠 수 있도록 종교 단체를 지원하라’ 등 공산주의 사상을 통한 종교 탄압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삼자 교회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교회다.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의 기독교 탄압은 승인받지 않은 지하 교회를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시진핑 주석 취임 이후 삼자 교회와 같은 공인 교회까지 감시 대상에 포함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익명의 제보자가 비터 윈터에 전한 바에 따르면 일부 교회는 십계명 철거에 반대했다가 결국 폐쇄됐고 다른 교회는 블랙리스트에 등록돼 주요 감시 대상에 포함됐다.

익명의 한 목사도 중국 공산당이 중국 내 교회를 탄압하는 방식은 몇 가지 단계에 걸쳐 진행된다고 비터 윈터에 폭로했다. 목사는 “첫 번째 단계는 성경 구절을 금지하는 것”이라며 “그 다음에는 십자가를 철거하고 대신 국기와 사회주의 핵심 가치를 교회에 설치한다”라고 밝혔다. 목사는 또 “신도와 종교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고 마지막으로 십계명이 시 주석의 연설문으로 교체된다”라며 “공산당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님이 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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