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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써차지’… 왠지 당한 듯 ‘씁쓸’

2019-09-04 (수) 최희은·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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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값·호텔요금·통신료·항공 수화물 등 관행처럼

▶ 당당하게 정가 올리면 기분이라도 덜 나쁠텐데…

슬그머니 ‘써차지’… 왠지 당한 듯 ‘씁쓸’

정가와는 별도로 부과되는 써차지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돼 개선의 요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P]

모든 비용 한눈에 보여주는‘총가격제’도입 의견도

# 맨하탄 첼시의 한 식당을 찾은 한인 김모씨는 3%를 추가비용(sur charge)으로 부과하겠다는 안내를 보고 황당했다. 김씨는 “팁, 세금, 추가 비용을 합치니 실제 메뉴 가격보다 결국 30%를 더 내고 먹은 셈이 됐다”며 “경제적 부담보다, 모든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정가와는 별도로 붙는 일명 ‘써차지’(surcharge)가 미국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교묘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고 써차지가 부과되는 일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주의와 함께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컨수머리포트가 2,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85%가 지난 2년 동안 알게 모르게 써차지를 지불했다고 답했을 정도다.

‘제2의 정가’라는 써차지가 그만큼 일상 경제 활동 영역에서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 항공 업계, 숙박 업계, 요식 업계 등 주요 업계에서 써차지 부과 관행이 존재하고 있다.

예컨대 은행의 써차지 격인 수수료의 경우 외부 ATM 사용료, 초과인출 수수료는 물론 잔고가 기준 이하일 경우 정확히 얼마의 월 서비스 수수료가 붙는다는 사실은 당하고 나서야 알게 된다.

항공업계 써차지 역시 수화물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호텔 및 숙박업계에서도 ‘리조트 피’라는 명목으로 써차지를 부과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텔 내 주차 요금도 부과하는 호텔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식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써차지 액수는 보통 세전 음식값의 3~4% 수준으로 음식값, 세금과 함께 부과된다. 써차지를 부과하지 않았던 식당들이 인건비를 중심으로 각종 사업 운영 비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써차지를 부과하는 식당들이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써차지가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충분하게 고지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써차지 부과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정가만을 부각시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이 같은 가격 정책을 소위 ‘드립 가격’(drip price)이라 부른다. 전체 가격에서 싸차지를 뺀 정가만을 부각시켜 싸다는 인상을 주는 마케팅 기법이다.

숨겨진 써차지를 확인하지 않은 경우 예상하지 못한 비용 부담을 당해 낭패를 보는 소비자들이 비일비재하다. 소비자들의 확인과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써차지가 공공연한 관행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인정해 ‘총 가격제’(total price)를 법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총 가격제는 각종 써차지 뿐 아니라 세금도 포함시켜, 모든 비용이 정가에 반영시키는 제도다. 유럽연합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라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써차지 부과 개선에는 각 업체들이 여전히 느린 걸음을 보이고 있어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

<최희은·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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