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사전증여가 대유행이다. 재산을 미리 미리 자녀에게 넘기는 것인데, 내가 처음 회계사 시작했던 30년 전에는 거의 없었던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전증여가 상속세를 낮추는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서 그런지 이에 대한 상담들이 많다. 오히려 자녀는 ‘no thank you’ 인데, 부모들이 오히려 빨리 갖고 가라고 성화다. 이번 시리즈 칼럼의 첫 포문은 이 ‘사전증여’로 잡았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사망일) 현재의 재산만 갖고 계산한다. 그러나 하나 예외가 있다. 심지어 남긴 재산이 하나도 없거나, 상속을 포기했는데도 상속세를 내는 억울한 경우가 생긴다. 왜냐하면, 사망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아들, 딸)에게 미리 증여한 재산은 상속세 계산할 때 다시 합산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속인이 아닌 자(며느리, 사위)는 과거 5년이 기준이다.
예를 들어서, 오랫동안 혼자 살았던 놀부의 아내가 오늘 사망했다고 치자. 그녀가 남긴 재산은 3억(이하 모두 한국 원화). 상속세 기본공제가 5억이니까, 이것만 생각하면, 상속세는 하나도 없는 것이 맞다. 그런데 만약 6년 전에 아들에게는 현금 4억을 줬고, 며느리에게는 2억을 미리 줬다면 어떻게 될까? 그 당시에 아무리 둘 다 증여세를 내고 끝냈더라도 상속세 계산할 때는 이것을 다시 합산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아들은 10년이 기준, 며느리는 5년이 기준이기 때문에, 5년이 지난 며느리는 빼고 아들에게 준 4억만 합산이 된다. 합치면 7억. 일괄공제 5억이 넘기 때문에, 옛날에 냈던 증여세를 감안하더라도 이번에 세금을 더 낼 수 있다. 아들만 봤을 때, 옛날에 4억을 미리 받지 않고 사망했을 때 7억을 한꺼번에 받았더라면 전체 세금(증여세와 상속세를 합친 것)은 오히려 줄었을 것이다. 물론 이 사례는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실제 결과는 다를 수 있다.
자세한 계산은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자. 다만 하나 조심스러운 것은, 사전증여는 결국 손해니까 하지 말라는 뜻으로 오해를 하면 안 된다. 사전증여를 통한 상속세의 절세 방법은 매우 유효하다. 나도 고객들의 상속 플랜을 짤 때, 어느 건물을 누구에게 미리 주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다.
이제 정리를 해보자.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의 1절은 사전증여는 아주 훌륭한 절세 방법이라는 것. 그리고 2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사전증여가 사망 시점에서는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
한국에서는 사전증여가 대유행이다. 그 덕분에, 여기 미국에 살고 있는 자녀들도 어디에 있는지도, 얼마인지도 모르는 부동산과 예금을 한국에서 넘겨받게 된다. 그러나, 남들에게 좋은 약초가 내게도 반드시 좋다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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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