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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인칼럼] 스칸달론의 회복

2019-08-15 (목)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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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달론은 다루기 힘든 불편한 진실이다. 드러내놓고 말하기도 껄끄럽다. 그러나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점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 스칸달론의 문제를 일으킨 목회자는 회복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장래가 아주 촉망되고 실력과 인품도 뛰어났던 젊은 목회자가 있었다. 모두 그에게 기대가 컸다. 부목사로 사역 중이던 어느 날 동료 목회자들에게 뜬금없이 목회를 그만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교회를 떠났고 그의 가정은 해체되었다. 그의 짐은 아직도 그 교회의 지하 창고에 보관중이다. 뒤늦게 그가 스칸달론의 덫에 걸렸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그가 고향 바다로 돌아가 원양어선의 선원이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뒤늦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동료 목회자들은 너무나 안타까워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그에게는 다시 기회가 없었을까?

팀 라헤이 목사가 쓴 ‘목회자가 타락하면’이라는 책이 있다. 목회자들의 성적 타락을 전문적으로 다룬 책이다. 그가 여러 가지 실제 사건들을 추적하여 목회자의 스캔들을 다루며 던진 화두도 성적 타락을 경험한 목회자도 회복이 가능한가였다. 그 문제의 해답을 쉽게 얻을 수 없었던 팀 라헤이 목사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 목사님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그 때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들었다. 그 선배 목사님은 눈물을 흘리며 “내가 바로 그 타락한 목사였네.”라고 대답한 것이다.


기계론적인 결론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하나님 앞에 용서받지 못할 회개는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스칸달론에서 회복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회복이 가능해야 한 것은 아닐까?

문제는 그 회복의 판단을 누가, 어떻게 하느냐 하는 점이다. 스칸달론이 표면화되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된 경우와 아직은 감추어져 공론화 되지 못한 경우가 다를 것이다. 사회적으로 공론화된 경우는 회복이 쉽지 않다. 그러나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단, 어떤 회복의 과정을 거쳤느냐가 회복의 진실성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를 일으켰던 청년사역자는 목회를 그만두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고 교회를 떠났다. 그러나 불과 4개월 후 다윗도 밧세바 사건 뒤에 하나님께 용서를 받았다며 자신의 회복을 선언하며 예전 교회 근처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세상이 과연 그 진실성을 얼마나 믿어줄 수 있을까? 회복의 시간도 너무 빨랐고, 그 방법이 또한 상식적이지 않았다고 본다.

앞서 언급한 고든 맥도날드 목사는 스칸달론으로 목회를 사임하고 3년간 당회의 지도를 받으며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겸손하고 신실한 그의 모습을 본 당회원들은 전적인 신뢰를 보내며 고든 목사님의 회복을 인정하였다. 신뢰는 시간을 두고 쌓이는 법이다.

그 신뢰의 결과 다시 예전 교회의 담임목사로 청빙 받아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훌륭한 목회를 해오고 있다. 특히 빌 클린턴 대통령이 스캔들로 탄핵의 위기를 겪고 가정은 해체될 상황에 처했을 때 그의 회복을 위해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고든 맥도날드 목사였다. 스칸달론의 회복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 지를 보여준 아주 모범적인 사례가 아닐 수가 없다. 그러나 항상 이렇게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결국은 목회자 자신이 하나님과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하느냐가 핵심이다. 하나님과 자신의 관계는 결코 누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상근 목사/ 새크라멘토 한인장로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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