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넛 버터 팰콘’(The Peanut Butter Falcon),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 현대판 ‘허클베리 핀’

2019-08-09 (금) 박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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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½ (5개 만점)

▶ 양로원서 도망친 다운증후군자 잭, 폭력배에 쫓기는 타일러 등 세명...시골길 따라 훈훈 우정 로드 무비

‘피넛 버터 팰콘’(The Peanut Butter Falcon), 꿈을 찾아 떠나는 여행… 현대판 ‘허클베리 핀’

엘리노어(왼쪽부터)와 잭과 타일러가 뗏목을 타고 잭의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다.

양로원으로부터 탈출한 다운증후군자인 잭과 법과 무뢰한들로부터 도주하는 타일러 그리고 잭을 찾아 나선 양로원 봉사자 엘리노어가 본의 아니게 급조된 가족을 이뤄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치 좋은 시골 뒷길을 따라 여행하는 로드 무비이자 잭과 타일러의 버디 무비로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연상케 만드는 현대판 우화이다.

플롯에 다소 무리가 있고 감상적일 정도로 감정적이지만 아름다운 경치와 좋은 연기 그리고 꿈을 좇는 이상적인 내용 및 자기 각성을 다룬 얘기가 목가적으로 펼쳐진 볼만한 작품이다. 크게 실망스러운 것은 마지막 처리인데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양로원에 사는 22세난 잭(잭 갓세이간은 배우요 선생이자 지체 부자유주자들의 권익 옹호자인데 감동적인 연기를 한다)은 비록 다운증후군자이나 생명력 넘치는 사람으로 룸메이트(브루스 던)의 도움을 받아 양로원을 탈출한다. 그의 꿈은 비디오테이프로 수없이 본 프로 레슬러 솔트 워터 레드넥(토마스 헤이든 처치)이 운영하는 레슬링도장에 들어가 레슬러가 되는 것.


잭이 길에서 만난 사람이 불법으로 게를 잡다가 법과 자기가 피해를 입힌 폭력적인 던칸(존 혹스) 일행에 쫓기는 뜨내기 타일러(샤이아 라부프가 티 나지 않는 아름다운 연기를 한다). 타일러는 자기 형의 죽음에 자책감을 느끼며 슬픔에 젖어있다. 영화는 이런 타일러가 지체부자유자이면서도 순진하고 활기찬 잭과 함께 여행을 하면서 자기를 재발견하고 또 새 사람이 되는 얘기이기도 하다.

처음에 타일러는 잭을 버리려고 하다가 그의 순수에 감동해 자기는 새 삶을 위해 플로리다로 가는 길에 잭을 중간에 있는 솔트 워터 레드넥 도장에 데려다 주기로 한다. 가는 길에 타일러는 잭에게 수영과 사격을 가르쳐 주고 수박 서리도 하면서 둘이 형제처럼 가까워진다. 이들이 아이들처럼 노는 모습이 정겨운데 특히 델타와 숲과 초원을 찍은 촬영이 그림엽서처럼 곱다.

여기에 합류하는 사람이 잭을 찾아 나선 양로원 자원봉사자 엘리노어(다코다 잔슨이 영화에 온기를 주는 고운 모습으로 따스한 연기를 한다). 여차여차해 엘리노어는 본의 아니게 잭과 타일러와 함께 동행을 하게 되는데 이들 뒤를 던칸 일행이 집요하게 추적한다. 셋은 가다가 눈 먼 흑인 목사를 만나 세례까지 받고 또 뗏목을 만들어 내해를 떠다니면서 한 가족이 돼 목가적 삶을 보낸다. 그 모습이 가슴 훈훈하니 아름답다.

마침내 일행이 솔트 워터 레드넥의 집에 도착하는데 환상적인 처리가 있는 이 부분에서 얘기가 구태의연하게 처리됐다. 그리고 잭은 피넛 버터 팰콘 이라는 레슬러 이름으로 링에 올라 거구의 레슬러(실제 레슬러인 제이크 ‘더 스네이크’ 로버츠)와 한판 붙는다.

촬영이 무척 아름답고 인간적이요 가슴 훈훈하고 또 교훈적 이기도한 내용도 좋은데 가다가 엉뚱한 소리를 한 플롯의 작위적인 처리와 급작스레 다가선 타일러와 엘리노어의 관계 및 엘리노어의 역이 충분히 개발되지 못한 것이 흠. 타일러 닐슨과 마이크 슈와르츠 공동 감독(각본 겸). PG-13 등급. Roadside Atrractions. 랜드마크(피코&웨스트우드) 등 일부지역.

<박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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