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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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보다 직장 분위기 더 중요” 젊은 직원 구하기 쉽지 않네

2019-07-17 (수)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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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니얼 세대 구직자들 기업문화 최우선 조건

▶ 업체가 구직 조건 충족 못시키면 바로 이직

위계질서 중시하는 일부 한인업체들 구인난 허덕

#K씨는 최근 3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김씨는 “한국식 위계 질서를 중시하는 분위기를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웠다”며 “연봉을 10% 정도 낮춰서 다른 한인 업체로 직장을 옮겼는데,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의 구직 기준은 바뀌고 있는데 반해 한국 지상사 및 일부 한인 업체들은 여전히 한국식 위계 질서를 고집하고 있어, 구인난의 원인이 되고 있다.


졸업 시즌이 갓 지나 인력들이 넘쳐날 것으로 기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입과 경력 할 것 없이 20-30대 젊은 직원들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

한인 업체의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정해 놓은 기준을 충족하는 지원자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고용을 해도 그 다음이 문제”라며 “직원을 뽑더라도 2년내에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일손이 항상 부족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면접관이 요구하는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거나 과도한 스펙의 지원자들이 업체들의 구인난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구직자들의 달라진 구직 기준과 이에 부합하지 않은 업체들의 조건 등이 엇갈리면서 구인난 심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구직자들이 연봉과 의료보험 등 조건이 맞으면 입사해 근무했던 예전 상황과는 달리 최근 들어서는 이들이 근무지의 문화 및 분위기를 더 따지기 때문이라는 것. 업체가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 이직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나치게 위계 질서를 중시하는 일부 업체들의 분위기에 한인 1.5세, 2세들이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악명높은 일명 ‘꼰대’ 문화에 질려 줄줄이 직원들이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실제로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J모씨는 “근무하다가 상사가 들어오면 일어나 인사를 하고, 상사가 하는 말에 일일이 대꾸를 해줘야 하는 분위기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입사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회의감이 들었다”며 “특히 일부 상사는 셔츠 색이 그게 뭐냐, 커피 좀 사오라는 등 업무 외의 문제로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해 이직했다. 최소한 꼰대들과 같이 일하기는 싫었다”고 말했다.

한 은행의 인사 담당 관계자는 “최근 면접을 보러오는 구직자들 중 연봉을 두 번째 조건으로 미뤄두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며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반면, 연봉만으로 고용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임금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을 더 많이 따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최대 구직구인 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 가 이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5000명 중 77%가 기업 문화가 지원 우선 조건이라고 밝혔다. 응답자 중 56%는 기업 문화가 연봉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는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45세 이상 연령대의 응답자 중 52%, 18세~34세의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65%가 기업 문화가 연봉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최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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