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FIFA U-20 월드컵의 축구 영웅, 이강인. 그에게 농구를 시켜보면 어떻게 될까? 글쎄... 아무리 이강인 이라도, 어렸을 때부터 농구 코트에서 살았던 선수들을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다 자기 전공이 있고, 다 자기가 잘 하는 분야가 있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다.
물론 많은 고객들이 회계사가 만능 해결사이길 바란다. 자녀들 SAT 학원소개부터 노인 아파트 신청까지, 결혼 중매부터 이혼 상담까지. 내 전공이 아니지만, 좋은 마음으로 도와줄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정말 어렵게 느끼는 분야가 있다 - 메디케이드(Medicaid). 내가 축구선수 이강인이라면, 다른 질문들은 족구 정도인데, 메디케이드는 완전히 NBA다. 물론 다 같은 운동 아니냐고 따지면 내가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발로 하는 운동과 손으로 하는 운동은 다르지 않을까.
어쨌든 메디케이드 신청이나 자격을 따지는 것은 내 전공이 아니다. 기껏해야 최저임금 인상이 메디케이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소셜연금을 최대한 늦게 받겠다는 것은 메디케이드에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정도가 내가 갖고 있는 메디케이드 관련 지식의 전부다.
예를 들어보자. 다들 알겠지만, 내년부터 뉴욕시내에 있는 10명 이하의 영세 자영업자들도 최저임금이 15달러로 올라간다. 주 40시간이면, 대충 연봉이 2만8,000달러에서 3만1,000달러가 된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 부근의 주급도 연쇄적으로 인상되는데, 이것만 따지면, 종업원들 입장에서는 분명히 좋은 일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약간의 최저임금 인상이 메디케이드 혜택의 완전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 좋은 게 꼭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리고 정부가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정부가 해왔던 지원을 일반 사업체에게 떠넘기는 일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메디케이드와 근로장려금(EIC), 무상 학자금 등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금이 감소하면, 정부부채와 재정적자가 줄어서 정부는 좋겠지만, 영세 자영업자들과 일반소비자들의 고통은 반대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얘기가 엉뚱한 곳으로 샜는데, 전혀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하는 말은 아니다. 내 말의 포인트는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는데, 메디케이드는 내 전문이 아니라는 것. 그러니 금방 밑천이 바닥날 질문들, 예를 들어서 ‘직원 메디케이드 받게 하려면, 주급을 얼마로 보고해야 돼요?’ 같은 어려운 질문은 제발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빨리 농구도 잘하는 축구선수가 되고는 싶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먼저 세금쪽에서 축구의 이강인 정도가 되고 나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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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