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 분란 ‘돈’ 때문… 처리지침 표준정관 첫 제정

2019-07-09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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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쟁 원인·당사자는 재정전횡·담임목사 최다

▶ 교회개혁실천연대서 기본 규범 매뉴얼 만들어, 목회직 세습 금지도 포함… 각 교회 참조할 만

교회 분란 ‘돈’ 때문… 처리지침 표준정관 첫 제정

교회 문제의 근본적 대책 마련의 하나로 표준정관이 마련돼 각 교회가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연합]

교회에서도 문제의 중심에는 ‘돈’이 자리잡고 있다. ‘돈 없으면 교회도 조용하다’는 자조 섞인 말이 회자될 정도다. 올해 상반기 교회에서 벌어진 분쟁을 유형별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재정 전횡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교회가 운영의 기준이 될 정관 자체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처음으로 교회의 표준 정관 매뉴얼이 마련돼 갈등과 비리를 예방하는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부설 교회문제상담소는 올해 상반기 교회 문제와 관련해 진행한 전화·온라인·대면 상담 60건을 분석한 결과 재정 전횡 관련 분쟁이 32%로 가장 많았다고 5일 밝혔다.


재정 문제는 상담소 반기별 상담통계에서 가장 많은 핵심 분쟁으로 꼽혔다. 다음으로는 인사 및 행정 전횡 12%, 개인 분쟁 10%, 부당 징계·근로자 문제 와 세습 분쟁이 각각 5%, 목사 청빙과 성폭력 각 3% 등을 차지했다.

분쟁을 일으킨 당사자로는 담임목사가 69%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장로 11%, 목회자 가족이 6%로 뒤를 이었다. 분쟁에 동조해 더욱 악화한 직분으로는 장로(당회)가 48%로 절반에 가까웠으며 담임목사·노회(총회)가 각 14%, 목회자 가족·원로목사 각 7% 등이었다.

교회분쟁을 고민하며 상담소를 찾은 내담자의 34%는 집사였다. 장로 20%, 권사 12%, 평신도 10%였다. 담임목사는 3%에 그쳤다.

상담소 측은 “교회분쟁의 중심에는 담임목사가 있으며 이런 담임목사와 동조하는 세력은 주로 ‘장로와 당회’, ‘노회와 총회’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교회 내 목회적 영향력이 강한 직분일수록 다수의 분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교회가 기본 규범인 정관을 만드는데 모범 답안처럼 활용할 수 있는 표준정관 매뉴얼이 마련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교회법학회는 ‘한국교회 표준정관 매뉴얼’을 발간하고 본격적인 배포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표준정관 매뉴얼은 총 6장 68조항, 부칙 2조항으로 구성됐다. 총칙으로 시작해 교인 규정, 교회의 직원과 기관, 재산, 재정에 관한 사항을 세부적으로 기술했다.


특히 각 항마다 상세한 해설을 달아 아직 정관을 마련하지 못한 교회들이 이를 참고해 각 교회 현실에 맞게 정관을 제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논란이 되는 ‘목회직 세습’을 금지하는 내용도 표준정관에 담겼다. 담임목사의 청빙 등을 규정한 표준정관 제19조 2항은 사임이나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등은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고 못밖아 목회직 세습금지를 분명히 규정했다.

교회법학회는 책자 인사말에서 “교회정관이 중요한데도 교회정관이 없는 교회가 많다”면서 “교회정관이 없는 이유는 한국교회가 대부분 담임목사의 영적 카리스마에 의해 질서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까지는 교회정관이 없어도 큰 문제가 없었지만 종교인과세 시행에 따라 과세대상인 사례비와 비과세대상인 종교활동비 등의 구분, 회계 등을 위해 정관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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