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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부자가 나쁜가? ③

2019-07-08 (월)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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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끝은 양극화다. 자본주의의 속성상, 돈의 쏠림은 피할 수 없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수록, 소득의 양극화, 재산의 양극화 그리고 노동시장의 양극화, 큰 가게와 작은 가게의 양극화 등등. 모든 양극화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은 미세먼지 없는 구름위로 더 올라갈 테고, 밑바닥에 깔린 사람들은 1층에서 반지하로, 다시 더 컴컴하고 눅눅한 지하의 세계로 계속 떨어지는 세상.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수많은 통계와 직감이 그런 세상의 출현이 임박했음을 예언하고 있다.

결국 이런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수록, 정치인들의 구호는 더 사회주의적이고 더 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선거는 머리 숫자와의 싸움이고 인간 감성에 대한 호소다. 최저임금은 올려야 하고, 직원들의 휴가와 복지는 늘려야 한다. 학자금 부채는 탕감되어야 하며, 네일가게에는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서 환기시설이 설치되어야 한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야 하며, 아마존 같은 거대 IT 기업들은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

이런 주장이나 정책들은 각자의 판단 문제다. 더 중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들을 향해서 기회의 균등을 주장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그 결과의 균등까지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 뉴욕시 최저임금만 해도 그렇다. 10명 이하의 작은 사업장도 내년엔 15달러로 올라간다. 4년 만에 거의 70%나 올랐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인건비 때문에 장사 못하겠다고 하면? 지난 4년 동안, 인터넷 안 되는 산 속에서 도 닦다가 나왔나? 부자에게나 빈자에게나 세상은 똑같이 변하는데, 그건 너무 무책임, 무대책, 무대응, 심지어 무관심한 것이 아닐까? 장사든 돈이든, 그것은 열심히 쫒는 사람의 몫이다.

이젠 좌우의 이념대립이 아니다. 상하의 양극화 대립이 본질이다. 이런 새로운 세상에서 낙오되면 그 불행은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부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던 500년 전의 임꺽정과 홍길동. 지금은 그 일의 어느 부분을 국세청(IRS)이 하고 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제비새끼처럼 입만 벌리고 있어서 될 일이 아니다.
예수님이 그런 뜻으로 한 말씀은 아니지만, 마태복음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내 허기는 참아도, 내 자식까지 굶길 수는 없잖은가. 정신 바짝 차려야 산다.

<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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