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쵸는 이태리의 중부, 토스카나지역 산 언덕에 위치한 작은 타운이다. 시에나와 피렌체 중간 지점, 약간 동쪽에 있는 아레쵸를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찾았다.
이번엔 아레쵸의 유명한 앤틱 시장, 매달 첫 주일에 그란데 광장을 중심으로 노천에 천막을 치고 약 500개의 점포들이 서는 유럽에선 이름난 골동품시장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서 갔다. 로마에서 2시간40분의 완행기차 여행거리에 있는 이곳은 작지만 아주 알찬 곳이다.
전형적인 토스카나의 특징을 지녔을 뿐 아니라 1997년도 작품 로베르토 베르니 감독의 명 영화 ‘ 인생은 아름다워 ‘ 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올해 방문해 보니 그 영화를 찍은 곳들을 투어 하는 새 관광상품이 개발되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한 영화예술의 힘이 이처럼 끈질기게 지속되다니 놀랍기만 하다. 우리는 프란체스코 성당 바로 앞, 영화에 나오는 유명카페에 들어가 카푸치노를 마셨다.
골동품 시장은 아기자기한 예술품만 아니라 은식기, 그림, 가구, 그릇 등 온갖 물건들이 판매대에 놓여있는데 다 둘러보는 데만 족히 3시간은 걸릴 정도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쾌활하게 웃으며 물건을 고르고 구경하는 모습들이 참 활기차고 행복해 보인다. 한국여행객으로 보이는 두어 그룹도 마주쳤다.
며칠을 이태리음식만 먹으니 속이 느끼해졌다. 시골같은 작은 도시에서 한국음식점을 찾기란 언감생심, 중국집이나 일본식당이 있는지 검색해 보니, 마침 ‘사꾸라’라는 식당이 떴다. 게다가 중심가에 있음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갑던지! 그런데 알려 준 주소를 찾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서 한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맘씨 좋아보이는 중년여자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사꾸라라는 일본식당을 찾는데 혹시 아느냐고. 그랬더니 바로 지난 주말에도 가서 식사했다며 엄지손가락을 쓱 치켜든다.
한참 찾아가는 길을 설명하더니, 그러지 말고 이 할아버지가 데려다 줄거라며 옆의 신사를 가리킨다. “ 그거, 문제 없지” 하는 표정으로 자기를 따라오란다. 세상에 이렇게 친절할 수가!
연신 뒤를 돌아보며 우리가 따라오나 확인하면서 한 7 분쯤 가더니 2층의 ‘ SAKURA’ 라는 간판을 기리킨다. 이렇게 꼬불꼬불 깊숙히 들어간 곳에 있으니 우리가 무슨 수로 찾겠는가? “ 본아페티토” ( 맛있게 드세요의 이태리말 )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할아버지의 등뒤를 바라보며 “그라지에 탄또” 를 외치며 나그네에게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친절함과 인간미에 오랫만에 맑은 생수를 마신듯 유쾌한 감동에 젖었다.
나는 아레쵸의 아름다운 성당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 Piero della Francesca )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벽화 ‘ 진짜 십자가의 전설 : Legend of the True Cross ) ’, 13세기의 목각으로 남긴 예수십자가 고난상 ( 예수의 마지막 죽음의 순간 지었을 표정을 세 십자가상 위에 아주 리얼하게 조각함: 아픔으로 찡그린 모습, 체념한 듯 편안한 표정, 연민에 찬 한 없이 자비로운 얼굴 ) 등 훌륭한 문화유산과 더불어 이 이태리 노인의 순수한 친절 또한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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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애/ 뉴욕주 법정통역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