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까지 처음 한자를 공부할 때 쓰이던 책은 “천자문”이다. 천자문은 사언고시 250구로 이루어졌으며, 글자가 하나도 겹치지 않으므로 한문을 배우는 사람들의 입문서로 널리 활용되었다. 천자문은 중국 남북조시대에 만들어졌고 우리나라에는 신라시대에 들어왔다고 하니, 1,000년도 훨씬 전부터 한문교재로 쓰인 듯하다.
필자는 어렸을 때, 왜 하필이면 1,000개의 한자를 먼저 공부해야 하는지가 궁금했었다. 이 질문은 곧 다른 궁금증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 단어를 몇 개나 알아야 하는가?”로 이어졌다. 이는 실제로 언어교육 분야에서 연구되는 질문인데,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질문의 답은 명확하지 않으며, 알아야하는 단어수도 외국어 종류에 따라 다르다. 또한 학습자가 외국어를 공부하는 목적에 따라서도 단어 수가 달라진다.
흔히들 말하는 살아남는 데 필요한, 소통에 필요한(survival level) 수는 단 몇 개에 불과하며, 더 높은 단계인 기능수행의 단계(functional level)는 500개 정도면 충분하다. 일상생활의 대화(conver sational level)를 위해 필요한 단어수는 단 1,000개면 가능하다.
영어를 예로 들면,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단어는 1,000개에서 3,000개인데, 이 중 다른 단어로 변형 가능한 기본이 되는 단어는 1,000개라는 것이다. 한국국립국어연구원에서 발표한 어휘목록에 따르면 1단계 기초 어휘로 구별되는 한국어 기본 단어는 980여개로, 역시 1,000개에 가깝다.
단어 습득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단어가 어느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되는가를 이해하고 직접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단어들을 활용 가능한 단어(active vocabulary)라고 하는데, 이중언어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단어를 공부할 때는 이러한 활용 가능한 단어 수를 높이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장 효과적인 단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첫째, 기초 혹은 기본 어휘목록을 참고로 한다. 앞서 말한 국립국어연구원은 기초어휘목록을 연구 공표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한국어 기초단어 교재가 출판되어 있으니, 이러한 단어목록들을 구하는 것은 단어공부의 시발점이 된다.
둘째,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다. 나는 어떤 단어들을 더 주의 깊게 습득해야 하나? 예를 들면, “나는 한국 음식을 만드는 방법을 읽고 배우고 싶다”라는 등의 목표를 세운다.
셋째, 배운 단어를 적극 활용한다. 만일 한국음식에 관한 단어를 배웠으면, 한국음식점을 가거나 한국음식을 가족과 함께 만들면서 단어를 직접 사용해본다. 이는 눈이나 귀에만 익은 수동적인 단어(passive vocabulary)를 활용 가능한 단어(active vocabu lary)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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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현/머시 칼리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