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세업체수 10년간 SJ 12.7%, SF·Oak 6.1% 감소
▶ SV하이텍기업 직원수는 38.8% 증가·빈부격차 심화

2014년 5월 렌트비 인상 압박으로 퇴거 통지문이 붙은 샌프란시스코 필모어 스트릿의 마커스 서점. 최근 몇년간 재정적 어려움을 겪은 이 서점은 2016년 다시 오픈했다.
실리콘밸리에 하이텍 기업이 늘어나고 고액 연봉자들이 넘쳐 나지만 소규모 소매업 상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경제개발국 자료에 의하면 2007-2017년 10년간 소매업, 특히 소규모 소매업 상점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스몰 비즈니스의 감소 원인으로 렌트비 인상, 온라인 매장 증가, 최저임금 상승, 의료보험비 인상 등을 들었다.
상업부동산 전문업체인 JLL(Jones Lang LaSalle)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7년 사이 산호세의 소매업 상가의 스퀘어피트당 렌트비는 9%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에 오클랜드 역시 9%, SF는 5% 상승했다. 소규모 소매업장은 마진이 적기 때문에 아주 적은 렌트비 인상에도 큰 타격을 받는다.
같은 기간 동안 집값과 아파트 렌트비는 엄청 올랐기 때문에 소매업을 하는 사람들이나 종업원들은 상점 근처에서 살지 못하고 멀리 이사를 가서 상점까지 오는 통근시간도 크게 늘어났으며 집이 너무 멀어 일을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다. 실리콘밸리 스몰 비즈니스 개발센터의 데니스 킹 수석이사는 “주인이나 종업원들이 가게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출퇴근 비용이 올라가고, 어느 시점에서 이득보다 지출이 더 늘어나면 일을 그만두게 된다”고 말했다.
매장 감소는 종업원수가 적은 영세업소일수록 더 심하다. 산호세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경우 종업원수가 9명 이하인 ‘마이크로 비즈니스’는 2007-2017년 사이에 8.1%나 줄어들었으며, 4명 이하의 더 작은 업소는 12.7%나 줄어들었다. SF와 오클랜드의 ‘마이크로 비즈니스’는 6.1% 줄어들었으며, 캘리포니아 주 전체로 보면 4.2% 줄어들었다.

<자료> 캘리포니아 경제개발국
반면에 ‘조인트 벤처 실리콘밸리’ 자료에 따르면 하이텍 기업의 직원수는 2007-2018년 사이에 38.8% 늘어났다.
소규모 소매업 매장만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옷가게, 주유소, 서점 같은 상점을 포함한 전체 상점수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산호세 메트로 지역의 경우 2007-2017년 사이에 이런 매장이 4.4%, 즉 4,500개나 줄어들었다. 이 감소율은 주 전체 평균 0.6%보다 훨씬 크다. SF 메트로폴리탄 지역은 3.5%, 오클랜드 메트로폴리탄 지역은 2.5%가 줄어들어 역시 주 전체 평균보다 크다. 이와 같은 감소는 대부분 2008-2012년의 ‘대침체(Great Recession)’ 때 일어났지만 2017년 오클랜드는 50개, 산호세는 34개의 소상점이 문을 닫았다.
온라인 비즈니스의 확장이 미친 영향도 크다. 자전거 상점 같은 곳은 상당수의 손님들이 상점을 방문하지만 실제 상품 구입보다 상품을 확인하고 온라인으로 구입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점은 쇼룸의 역할을 할 뿐이다. UBS에 의하면 2026년까지 온라인 매장의 증가로 전국의 75,000개 일반 상점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측했다. 2017년 캘리포니아에는 모두 4,496개의 온라인 매장이 있으며 이것은 2007년에 비해 61%나 증가한 숫자이다.
킹 수석이사는 경제 혁신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상점들이 줄어드는 것은 경제적 성취에 대한 반대 급부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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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