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광훈 목사 ‘대통령 하야’발언 거센 후폭풍

2019-06-11 (화)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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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기총 명의 시국선언문 논란, 교계·한기총 내부서도 반발

▶ “극우 이념 경도돼 왜곡·막말” 한기총 대표회장직 퇴진요구

전광훈 목사 ‘대통령 하야’발언 거센 후폭풍

지난 7일 서울에서 한 시민단체가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다 <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가 최근 잇따른 ‘대통령 하야' 주장으로 논란을 빚으면서 기독교 교계에서도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또 한기총 내부에서도 전 목사의 퇴임을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목회자의 정치 발언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자 가뜩이나 부정적 시각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와중에 개신교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는 전광훈 목사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하야를 공식 요구하기로 해 교단 안팎의 반발과 파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전 목사는 10일 한기총 총회 대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내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실에서 문재인 하야 특별 기자회견과 더불어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상·하원에 보내는 공개서한 대회를 진행하겠다"고 알렸다. 전 목사는 회견을 끝낸 오후 4시부터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릴레이 단식기도에도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 목사는 한기총 명의로 성명과 시국선언문을 발표해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권으로 인해 종북화, 공산화가 돼 지구촌에서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기를 맞이했다"며 문 대통령을 향해 올 연말까지 하야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교단 안팎에서는 “전 목사가 한기총 성명을 임의로 작성해 공표한 것인 만큼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주장과 요구가 나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극우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전 목사의 역사 왜곡과 막말은 보편과 상식을 추구하는 시민사회의 조롱거리가 됐다"며 “대다수 건전한 보수 진영이 지닌 대화적 품격을 모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변혁을 위하고 한반도의 민주와 평화, 번영을 위한다면 한국교회 성도들과 시민사회에 사과하기 바란다. 더 이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기총 내부에서마저 비판을 넘어 전 목사의 대표회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현재 한기총 총회 대의원 절반에 가까운 총회 대의원들이 전 목사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에 참여했다.

‘한기총을 사랑하고 기도하는 모임'은 “전 목사는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내려놓고 재신임을 받든지, 한기총 대표회장직과 목사직을 사표 내고 정치가가 돼라"고 비판했다.

또 “목사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으로 정교분리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라면서 “전 목사가 대표회장일지라도 임원회의 의결 없이 혼자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것은 ‘불법’ 시국선언문'"이라고 지적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는 “한기총은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았고,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법정 구속 이력이 있고, 소위 ‘빤스 목사'라고 불리던 전광훈 목사를 대표회장으로 선출했다"며 “회개와 갱신은 찾을 수 없고 돈과 권력에 대한 탐욕과 다툼과 분열의 중심에 서 있는 한기총은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의 질서까지도 파괴하는 일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도 성명을 내 “한기총에는 일부 군소 교단과 단체들만 남아있는 상태로 대표성을 잃은 지 오래됐다"며 “한기총은 한국 교회 주요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판정을 받은 단체들의 지위 세탁 공간이나, 개인적인 정치 욕망, 극단적인 이념 전파를 위해 기독교의 이름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활동 무대가 돼 버렸다"고 덧붙였다.

개신교계 다른 목회자도 “종교단체가 단체 명의로 그런(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며 “전 회장의 성명은 한기총 내부적으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신교계 내 다른 연합기구 관계자도 “한기총이나 전광훈 회장 관련 얘기가 언론을 통해 나오는데 아예 보도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한기총의 성명 논란으로 개신교 이미지가 나빠지는 것을 우려했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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