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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통신] 나라와 겨레 지킨 큰 정성 되새기며

2019-06-06 (목) 진월 스님/고성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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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호국보훈의 달,” 유월입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배이지역에서는 지난주에 ‘메모리얼데이’를 지내며 미국을 위해 헌신한 분들을 기렸는데, 한국에서는 이번 주에 ‘현충일(顯忠日)’을 통해서 우리나라와 겨레를 위한 충성으로 몸과 마음을 바친 분들을 드높이고 기억하며 감사합니다. 한국정부에서는 보훈처를 중심으로, 조국에 헌신한 분들을 추모하고 감사하며 그 가치와 의미를 오늘에 되살리고 미래에 이어가고자 국가사회적인 동참과 관심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해외 동포들도 이 무렵 조국의 분위기에 맞추어, 자기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적 소명을 되새겨야 할 줄 압니다. 소납도 겨레사랑 및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치신 순국선열과 전몰장병 및 호국 조상들을 기리고 감사하며, 그 뜻을 이어나가는데 최선을 다하리라 다짐하면서, 호국보훈의 대열에 함께 하고자 합니다.

지난달 인류의 스승이신 석가모니 부처님을 유엔차원에서 기리는 유엔베삭절(UN Day of Vesak) 공식행사에 참석차 베트남과 타이랜드를 다녀오면서, 아시아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안시성(安市城)” 영화를 시청하였고, 그 감동을 되살리고파 이곳으로 돌아오면서도 그 영화를 또다시 한 번 더 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안시성은 중국 황금기의 당나라 태종이 고구려 정복을 위한 전쟁과정에서, 20여만 명의 막강한 대군으로 파죽지세의 전진 가운데에, 약 5천여 명이 지키는 조그만 안시성에 막혀서 악전고투하다가, 마침내 스스로 물러간 사실을 보여줍니다. 특히, 당대의 세계적 영웅으로 알려진 당태종 이세민이 직접 전선에 나서서 공격을 독려하다가, 안시성 성주 양만춘의 전설적인 신궁(神弓)에 눈을 맞아 그대로 회군하고는, “더 이상 고구려를 공격하지 말라”는 유언과 함께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양만춘 성주의 강인한 고구려인다운 지도력에도 경탄했지만, 아울러 그를 믿고 따르는 장병과 주민들의 목숨 건 고군분투에 더욱 감격했습니다. 열악한 조건과 상황 속에서도 동포들이 한마음 한몸을 이루어서 결사의 항전으로 그 성을 지켰고 결국, 나라를 보호한 그분들은 모두 존경과 감사로 길이 기억되리라 믿습니다.

소납의 본사인 해인사는, 세계최대의 지역을 정복했던 몽골제국에 맞서서 나라를 지키려 했던 고려 국민의 호국정신이 깃든 국보 제32호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이 모셔져 있는, 한국의 대표적 총림이며 호국 성지입니다. 임진왜란 당시의 전국 의승군 지도자였던 서산대사 휴정 선사와 사명당 유정 스님의 유서가 있고, 근세에는 6.25. 한국전쟁이 진행되던 1951년, 연합군 사령부로부터 공비토벌 작전의 일환으로 해인사 폭격명령을 받고는 처벌을 예측 감수하면서도 폭격을 하지 않고 대장경판과 판전(국보제52호)을 지켜낸, “빨간마후라” 김영한 장군을 기리고 있습니다 (나중에 국가에서 금관문화훈장 추서). 나라를 지킴에 있어서 국토와 국민은 물론, 민족적 문화유산을 지킴도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국조 단군 이래 수많은 외침과 수난의 역사 속에서 나라와 겨레 및 민족유산을 목숨 걸고 지켜낸 거룩한 호국 영령님들을 추모하며 명복을 빌고, 멸사봉공의 빛나는 얼을 본받아서, 위대한 모든 민족적 유산을 잘 유지 발전시켜 나갈 것을 다짐해 봅시다. 호국정신 만만세!

<진월 스님/고성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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