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굴

2019-06-05 (수) 07:45:01 서윤석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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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인 듯 보였구나
돌이 되었구나
무색의 피를 뿜어내는
든든한 심장이 있어
모진 풍랑을 견디었구나

모래를 품어
짠 물로 씻고 씻어
진주를 만들어 낸
너의 하얀 근육에서는
갈매기가 춤추는
바다 냄새가 난다

눈도 귀도 없이
수십만 년을 살아
돌부처가 된 너
입은 이끼 옷이
함께 돌이 되었구나

침묵과 믿음으로
어둠 속에서도
향기만 모아온 너
돌인 듯 보였구나
살아 있는 돌이 되었구나

<서윤석 워싱턴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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